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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는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현재의 휴전 상태라는 정치·군사적 힘이 공존하는 곳. 전면에서는 휴전선과 군인초소·지뢰밭 등이 팽팽한 긴장 상태를 조성하지만 한발 물러서면 아무렇지 않게 민간인과 관광객이 뒤섞여 일상이 이어진다. DMZ 인근의 강원도 철원 옛 수도국 자리에서 임민욱 작가는 6·25 당시 학살됐다는 친일반공 인사 300여명에 대한 안내 표지판에 의문을 갖는다. 그 많은 사람이 어떻게 제대로 된 기록이나 증인 하나 없이 잊혔을까. 그렇게 작가는 '비(碑)300-워터마크를 찾아서' 프로젝트를 수년간 이어왔다. 하지만 어렵게 만난 한 유족에게서는 분명히 그들이 이곳에 끌려왔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증언만 확보할 수 있었다. 위의 설치작업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철원으로 가는 버스 안, 그리고 학살 현장이라던 수도국 현장에서 진행된 퍼포먼스의 흔적이다. 작품은 철원 동송 시내에 이어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리얼 DMZ 프로젝트 2015'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11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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