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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시' 칸 영화제 각본상
입력2010-05-24 17:09:01
수정
2010.05.24 17:09:01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는 이창동 감독이 영화로 써내려간 '시'가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이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시'는 23일(현지시간) 폐막한 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다섯 번째로 칸 영화제 본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칸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한국 영화는 지난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감독상)을 시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ㆍ심사위원대상)와 박쥐(2009ㆍ심사위원상),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ㆍ여우주연상) 등이다.
'시'는 이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다. 손자와 함께 사는 60대 할머니가 어렸을 적의 꿈인 시를 쓰기로 결심하게 된 후 벌어지는 사건을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그려냈다. 힘겨운 삶의 무게와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겨내는 수단으로 시를 선택했지만 단 한 줄도 쓰기 쉽지 않은 현실을 차분하게 풀어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1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66세의 윤정희 씨가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 언론사 신춘문예에 당선돼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던 그는 4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영화계에 입문했다. 데뷔작인 '초록물고기(1997)'는 그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ㆍ신인감독상 등 국내외 상을 휩쓸면서 거장 감독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어 한국 현대사의 속살을 가슴 아프게 보여준 '박하사탕(1999)', 장애인과 사회부적응자의 삶을 그린 '오아시스(2002)'는 우리 사회에 뜨거운 화두를 던졌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1년4개월간 재직한 그는 2007년 다시 영화계로 복귀해 내놓은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시'는 이번 칸 영화제에서 경쟁부문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 후보로 오르내려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결국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태국 영화 '엉클 분미(감독 아핏찻퐁 위라세타쿤)'에 돌아갔다. 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아시아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13년 만이다.
'시'와 함께 경쟁부문에 오른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수상에 실패했고 영화제 기간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와 거장으로 불리는 켄 로치,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 등도 빈손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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