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앙은행(BOJ)은 30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현재 80조엔 규모인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91조엔(1,250조원)으로 11조엔 늘린다는 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1조엔 더 늘어난 금액이다.
기금증액 내역은 ▦장기국채 5조엔 ▦단기국채 5조엔 ▦주가지수연동형 상장지수펀드(ETF) 및 회사채 등 1조엔이며 기한은 오는 2013년 12월까지다.
BOJ는 또한 시중은행에 대한 '무제한'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해 민간대출을 독려하기로 했다.
BOJ가 두달 연속 통화완화 정책을 낸 것은 지난 200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BOJ는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QE3)를 단행하자 이에 대응해 자산매입 규모를 10조엔 늘린 바 있다. 기존 정책효과를 차분히 검토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일본의 9월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4.1%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낙폭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같은 달 자동차 판매는 44만6,686대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으며 자동차 생산은 77만3,990대로 같은 기간 12.4% 줄었다. 소비와 산업생산이 모두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는 셈이다.
BOJ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동시에 시중 유동성 공급규모를 늘려 고질적인 엔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엔화는 BOJ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최근 달러당 80엔선을 넘기는 등 대체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시작된 통화정책회의는 통상 종료시간인 오후1시를 2시간이나 넘겨 진행돼 상당한 진통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일본 정부는 양적완화 규모를 20조엔 이상 늘리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스의 모리타 조타로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BOJ가 내년 1~2월 또다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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