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전력공급량이 최대 전력사용량보다 평균 9% 부족한 대표적인 전력부족 국가로 꼽힌다. 낡은 전력시설과 더딘 시설확충이 가파른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인도 정부는 이번 블랙아웃이 전력수급 사정을 불안하게 보는 외국인들의 투자기피로 이어질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전력사정도 여름과 겨울 피크 때면 인도와 다를 바 없다. 지난해 9월 초유의 블랙아웃 홍역을 겪고서도 개선된 게 없어 올 여름 상황 역시 아슬아슬하다. 지난달 24일에는 예비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져 전력위기 경보 1단계가 발동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으면서 첫 고비를 무사히 넘겼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휴가를 마친 산업체들이 일제히 정상조업에 들어가는 이달 중순 이후 무더위가 덮칠 경우 속수무책이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인데도 전력당국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원전당국은 지난달 30일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영광원전 6호기의 사고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언제 가동될지 알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고리 1호기는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지역주민의 반발로 가동재개 여부가 감감 무소식이다. 전력수요 억제 차원에서 필요한 전기요금 조정 문제는 한여름인데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뻔히 눈뜨고 블랙아웃을 당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비상한 위기의식을 갖고 현안해결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