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우리 아이, 비단 우리 집만의 문제일까. 2012년 OECD에서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인 비만율은 OECD국가 중 상당히 낮은 수준이지만 어린이 비만율은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남아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필자가 서울시 초등학교 한 곳의 졸업생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 비만한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성인기에 비만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때 찐 살은 다 키로 가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옛 말은 이제 더 이상 사실이 아닌 것이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997년 5.8%에서 2012년 9.6%로 증가했으며 교육부가 조사한 초·중·고교 비만 학생 비율도 2006년 11.6%에서 2014년 15%로 늘었고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의 규모도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는 영양, 운동, 생활습관 개선 등을 포함한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학생 각각의 식습관, 생활습관과 운동량을 매일 파악해 맞춤 처방을 내리고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심리적인 면까지 감안해 관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과 예산이 소요된다. 또한 학교와 가정을 포함해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이 서비스 대상이 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과 유헬스에 대한 관심 증가로 비만 모니터링, 질병 조기진단 및 일상행동 모니터링 기술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섭취한 음식을 입력하면 그에 따른 영양정보를 알려주고 비만예방을 위해 만보계, 자기관리를 위한 식습관 평가 기능 및 생활지침을 주는 스마트폰용 앱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비만 관리의 대상인 아동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의료인 등 전 대상자가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피드백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기존의 비만관리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CT기술을 적극 활용해 학교와 가정, 사회를 아우르는 예방관리 프로그램을 확산시킨다면 한국인의 미래 건강수준을 좌우할 어린이 청소년 비만 예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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