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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보다 중소형 면적을 선호하는 '주거 다운사이징(Downsizing)'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 ▦부동산 경기 침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자산 포트폴리오 재설정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이 확산되면서 주거 다운사이징이 대한민국 주거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주거 다운사이징 분위기는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감지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직장 은퇴 예정자를 중심으로 중대형 아파트를 처분하고 중소형으로 갈아타는 수요의 증가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 래미안공인의 한 관계자는 "145㎡형 아파트를 팔고 112㎡형으로 옮기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다"며 "아파트 크기를 줄여 생기는 2억원 상당의 차익으로 다른 수익형 상품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수도권ㆍ지방 가릴 것 없이 '중소형 선호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주거 다운사이징의 한 단면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1순위 청약 결과 전용 121㎡의 경쟁률은 0.20대1로 미달사태를 빚었지만 59㎡는 2.87대1, 84㎡는 4.40대1로 나타났다. ◇나 홀로 가구 증가에 부동산 침체까지 겹쳐=주거 다운사이징의 원인은 우선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15.3%에서 2000년 24.6%로 늘었고 2005년 42.2%, 2010년에는 48.2%로 치솟았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며 주거에 필요한 절대면적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최근 원룸ㆍ오피스텔ㆍ도시형생활주택 등 틈새 소형 주거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인구구조 변화의 단면이다. 경기불황과 부동산 경기 침체도 한 요인이다. 경기불황기에 사람들은 현금확보가 쉬운 '가벼운' 투자물건을 선호한다. 중소형 주택은 대형보다 가격이 낮아 현금화가 쉽다. 관리비 같은 자투리 비용이 저렴한 것도 중소형의 인기에 한몫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중소형 주택 선호가 확산되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투자'보다 '실수요'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큰 집이라는 것은 공간의 과소비들이었는데 불황이 오면 사람들은 움츠리고 알뜰소비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730만여명의 베이비부머, 다운사이징 촉진한다=부동산을 자산축적의 충분조건으로 여겨온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본격화도 주거 다운사이징을 촉진하고 있다. 1955~1963년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은 줄잡아 730만여명. '가족의 주거공간 확보'와 '투자'를 고려해 20평에서 30평, 40평으로 집을 넓혀가기 위해 대부분의 수입을 부동산에 투자했던 이들이 조기 은퇴에 직면하면서 보유한 아파트를 줄여 현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팀장은 "강남ㆍ송파 지역 거주 은퇴 예정자 중에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70~80%인 사람들이 다수"라며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집을 파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이들의 움직임이 중소형 주택 선호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건설사들이 중대형 아파트 공급 경쟁에 나서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된 것도 주요 원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현재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76.7%,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의 87.3%가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 면적 주택이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중대형 면적 미분양 주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6%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거 다운사이징 현상은 단기 현상이 아닌 중장기 흐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부동산 중심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자산시장의 변화와 전셋값 급등에 따른 중소형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하면 소형 주택 위주의 시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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