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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춘잉 사퇴거부에 시위대 집무실 포위, 출입통제

늦어도 4일까지는 대화자리 마련

홍콩 증시 시위여파에 하락세

3일 오전 홍콩 렁춘잉 행정장관 집무실 입구에서 시위대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홍콩=김현수특파원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이 사퇴요구를 거부한 채 대화 제의를 하며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일단 캐리 람 정무사장을 내세워 시위대와 홍콩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할 계획이지만 양쪽의 입장차이에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측은 일단 늦어도 4일까지는 학생과 시민 대표와 대화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5일째를 맞고 있는 3일. 시위의 중심인 홍콩 행정청 앞 도로는 여전히 시위대가 장악하고 있다. 다만 완차이에서 에드머럴티로 이어지는 도로 일부와 주변 간선도로는 오전 일찍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치우고 차량 통행을 해제했다. 시위대 규모도 정상근무일인 데다 비까지 내리며 지난 1일과 2일에 비해서는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렁 장관이 사퇴 거부에 수백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행정청 옆 렁 장관 집무실 입구로 몰려가 출입을 통제하며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한 명이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학생과 시민들은 전일 경찰이 고무탄과 최루탄을 렁 장관 집무실 경비대로 반입했다며 식사운반 차량도 진입을 가로 막았다. 한 시민은 최루탄과 고무탄이 청사로 들어가는 사진을 실은 현지 신문을 펴보이며 “차량 문을 열라”고 외치기도 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렁 장관의 대화 제의에 회의적이다. 시위에 참가한 홍콩 과기대 학생은 “(렁 장관의 대화 제의가)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며 “사퇴시한에 쫓겨 다급해진 정부의 회피책이자 학생들을 피곤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렁 장관이 중국정부의 말만 듣는 사람 아닌가”라며 “사퇴하고 완전직접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는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포위하며 국경절 연휴가 끝나고 정상근무일인 이 날 하루 정부청사를 폐쇄했다.



국경절과 중양절 연휴 대규모 시위 이후 열린 홍콩 증시는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장초반 1.5%까지 하락폭을 키웠던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오후 1시20분 현재 0.76% 하락한 2만2,757.86을 기록했다. 프랜시스 룬 GEO증권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홍콩의 갈등에 대해 “어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소매업종과 관광산업에 끼칠 악영향이 굉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셍지수는 민주화 시위여파에다 밖으로는 달러 강세와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에 이은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며 지난 한달 간 9.4%나 하락했다. 달러대비 홍콩달러도 7.76달러로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위여파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이 매수기회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마크 코언 캐세이 코닝 에셋매니저먼트 CEO는 “홍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유통업이 타격을 받았지만 금융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자금 유출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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