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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값비싼 교훈'도 한두번
입력2004-05-13 15:57:28
수정
2004.05.13 15:57:28
[기자의 눈] '값비싼 교훈'도 한두번
"외국인투자가들이 서울증시를 다 떠나는 겁니까?"
국내증시가 곤두박질치자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어하는 내용은 외국인 동향이었다.
이번 주가급락을 놓고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긴축정책, 국제유가 상승 등 여러 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주가 폭락의 원인은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였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0일 연속으로 총 2조6,000억원의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동시에 국내증시는 사실상 '공황' 상태에 빠졌다. 기관투자가와 개인 모두 외국인들이 왜 파는지, 얼마나 계속 팔 것인지를 놓고 전전긍긍했다.
국내투자자들이 허둥대는 동안 외국인은 선물시장을 통해 약 1,000억원의 시세차익을 가뿐하게 올렸다. 엊그제 주가가 반등하면서 외국인들은 또다시 화려한 테크닉(풋옵션 매도)을 구사하며 1,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최근 2주일 동안 주식시장과 선물옵션시장에서 펼쳐진 모습을 되새겨보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까마득한 격차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외국인이 거래소시장의 시가총액 43%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좀 더 멀리서 따진다면 92년 서울증시가 개방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주가가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미 간단한 산수계산이 됐다. 기관의 매수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알려질 대로 알려진 약점이다.
최근 외국인에 의해 서울증시가 휘둘린 것은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실력부족이 주요인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10여년의 세월 동안 매번 똑같은 시장대책을 내놓으며 하늘만 쳐다봤던 정부의 자세는 더 큰 문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한두번으로 그쳐야 한다. 매번 위기가 닥칠 때마다 '다음 기회를 위한 값비싼 교훈'으로 치부한다면 자칫 외양간을 통째로 넘겨줘야 할 수 있다는 것을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증권부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입력시간 : 2004-05-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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