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촌스러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사투리가 이제 조연에서 벗어나 방송을 살리는 주연이 됐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방송심의위원회의 사용 자제 권고로 변두리만 맴돌던 지역색 짙은 언어가 심의기준 완화를 계기로 안방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드라마 '참 좋은 시절(KBS)'와 '너희들은 포위됐다(SBS)에서의 김희선, 고아라는 경상도 사투리로, '신의 선물-14일(SBS)' '왔다! 장보리(MBC)'의 조승우, 오연서는 전라도 사투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IBK기업은행도 사투리 시리즈 광고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껏해야 개그 프로그램이나 감초 조연들의 웃음 코드로 이용되던 사투리의 환골탈퇴다.
"차해원,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리에 박히믄 다른 생각은 전혀 몬 하는 등신 바보 저능안 거 강동석 씨가 더 잘 안다 아이가. 미안하다." 경주를 배경으로 한 '참 좋은 시절'의 주인공인 김희선은 해외유학까지 다녀왔으면서도 걸걸한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극중 괄괄하고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뚝배기 같은 해원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더 없이 훌륭한 장치다.
'신의 선물-14일'에서 전직 형사로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는 기동찬 역을 연기하는 조승우의 전라도 사투리도 화제거리다. 특유의 다정다감함으로 가족을 대하다가도 "나 서울 안 가야, 그러고 니도 알잖애, 우리 엄니도 그라고 우리 성님 두고 어떻게 서울 가븐다냐" "야 니 지금 뭐라 했냐? 니 시방 우리 형보고 바보라 했냐? 너 승질 슬슬 독과라아"와 같은 사투리를 쓰는 것을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IBK기업은행 광고에는 각 도 출신의 연기자들이 나와 "거가 예금을 하면 기업을 살쿤다 그래요", "기업은행에 거시기 해불믄 기업이나 일자리나 거시기 해분당께요", "거따 예금을 하면 기업들이 억수로 좋다칸다카대"등 사투리를 동원할 예정이다. 이외에 5일 첫 방송을 앞둔 '왔다! 장보리'를 위해 오연서는 지난 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전라도)네이티브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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