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았다"… 결국 '몰락의 길로'<br>정크본드 제왕-기업 사냥꾼 '추악한 거래'<br>마이클 밀켄-보스키 결탁 시세차익<br>루디 줄리아니 검사 추적 끝에 기소
| 마이클 밀켄(왼쪽), 이반 보스키(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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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메리웨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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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스 그린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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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혐의로 제소하자 뉴욕타임스(NYT)는 "드렉셀 번햄 램버트 사건 이후 20여 년 만에 월가에 대한 최대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월가 채권시장의 지형을 바꾼 램버트 사건은 SEC의 조사 이후 뉴욕 검찰이 집요하게 추적, 4년에 걸친 내사 끝에 몸통인 마이클 밀켄을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램버트 사건은 '월 게이트'로 불릴 정도로 파장이 컸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램버트 증권사는 파산하고 말았고 사건 주역들은 월가에서 퇴출됐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탐욕은 선(Greed is good)"이라는 명대사는 월가를 대변했으며, 이는 결국 20여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았다"는 신용평가기관 직원의 고백처럼 월가는 그렇게 돈을 좇았다. 월가의 어두운 단면인 주요 금융스캔들을 엮어본다.
드렉셀 번햄 램버트 증권사의 마이클 밀켄은 80년대 월가에 정크본드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당시로는 천문학적인 5억 달러의 연봉을 받으면서 '정크본드의 제왕'으로 굴림 했다.
그러나 그는 월가의 기업사냥꾼 이반 보스키와 결탁함으로써 파국의 길로 걷게 된다. 밀켄으로부터 기업 내부정보를 넘겨 받아 한발 빨리 투자했던 보스키는 큰 시세차익을 남겼다. 두 사람은 이익금을 나눠 가졌으나 보스키의 거래를 수상히 여긴 증권거래위(SEC)에 84년 덜미가 잡히게 된다.
이어 또 뉴욕주 검찰은 86년 보스키를 내부거래ㆍ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2년여 걸친 추적 끝에 88년 밀켄까지 감방에 집어넣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는 루디 줄리아니. 그는 이 사건을 통해 명성을 얻으면서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법원은 보스키에 징역 2년에 벌금 1억 달러를, 밀켄은 징역 10년에 벌금 6억 달러를 각각 선고했다. 밀켄의 벌금은 개인 사상 최고액이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만든 영화 '월스트리트(1987년)'는 바로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연을 맡은 마이클 더글러스(고든 게코 분)는 기업사냥꾼 보스키가 모델이었다. 램버트 증권사는 밀켄이 구속되자 90년 파산하고 말았다.
채권 강자 살로먼證 국채입찰 조작 발각 존 메리웨더, LTCM發금융위기 일으켜
메릴린치에 이어 2위 증권사였던 살로먼브러더스는 2차 대전 이후 미 채권시장을 주도했다. 주택담보부증권은 살로먼이 개발한 금융상품.
그러나 채권시장의 경쟁 격화로 살로먼은 90년대 들어 사세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무리수를 두게 된다. 당시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인수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딜러(공식 국채딜러)가 1회 입찰에서 인수할 수 있는 국채 한도는 35%로 제한돼 있었는데, 살로먼은 다른 회사 이름을 빌려 발행 물량을 싹쓸이했다. 살로먼의 시장주도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SEC가 91년 조사에 착수하면서 국채 입찰조작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뉴욕 주 검찰은 사건의 주역인 살로먼의 채권 팀장인 폴 모저를 구속했다. 그의 직속 상관이던 존 메리웨더는 한때 살로먼의 2인자에서 졸지에 팀장 급으로 강등되자 이듬해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LTCM)를 창업, 6년 뒤 또 다시 LTCM발 금융위기를 잉태했다. 살로먼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1998년 월가를 붕괴직전의 재앙으로 몰고간 LTCM 사건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 때 살로먼의 구원 투수로 등장한 인물은 사외이사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었다. 버핏은 2년간 임시 회장을 맡아 신뢰 회복에 주력했지만 살로먼은 결국 97년 보험회사인 트래블러스그룹에 매각되고 말았다.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던 살로먼은 이후 늘 월가의 빅뱅에 희생양이 됐다. 트래블러스 산하 스미스바니와 합병으로 살로먼스미스바니로 새롭게 출발했으나 이듬해 트래블러스와 씨티코프의 합병으로 탄생한 금융제국 씨티그룹의 산하 증권사로 편입됐다. 그나마 씨티그룹은 2009년 살로먼을 또 다시 모건스탠리에 매각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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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애널 허위보고서… 투자자들 큰 손실 보험업계 거물 그린버그 AIG 회장 사퇴
2000년대 닷컴버블의 붕괴는 월가의 스타 애널리스트들의 줄 퇴장을 가져왔다. '인터넷 황제'로 불리던 헨리 블로짓 메릴린치 애널리스트가 대표적 인물. 1998년 아마존 주가가 4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하면서 IT주는 그의 보고서 한 장에 따라 춤을 췄다.
마르고 닳도록 IT주 매수를 추천하던 그는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돌연 방향을 바꿔 버렸다. 그의 보고서를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잇따라 청구하자 뉴욕주 검찰은 사기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 때 메릴린치는 밀켄과 보스키를 구속시켰던 루디 줄리아니를 변호사로 선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블로짓이 2001년 메릴린치를 떠나면서 파문은 종결되는 듯했으나 검찰과 SEC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월가를 대상으로 광범한 조사에 착수, 2003년 4월 씨티그룹과 메릴린치ㆍ골드만삭스 등 10개 투자은행에 14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중 죄질이 나쁜 씨티그룹에게는 4억 달러로 가장 많은 벌금을 부과했다.
씨티그룹 산하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유명한 통신 애널리스트인 잭 그룹먼이 AT&T의 투자등급을 고의적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큰 문제가 됐던 탓이다.
AT&T 허위 보고서는 씨티그룹 탄생 직후 샌디 웨일 공동회장이 경쟁자 존 리드 공동회장을 축출하기 위한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게 정설이다.
웨일은 이 사건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AT&T의 지원사격을 받기 위해 잭 그룹먼에게 우호적인 보고서를 내라고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웨일 회장은 검찰조사를 받은 뒤 애널리스트와의 대면 접촉이 금지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결국 2003년 7월 CEO 자리를 내놓고 회장직만 맡았다.
이 사건 조사를 주도한 앨리엇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은 보험사와 뮤추얼펀드의 내부거래 및 고객 호도 등에 철퇴를 내렸다.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 그는 보험 업계의 거물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을 주가조작ㆍ회계부정 등의 혐의로 기소하면서 사퇴를 이끌어 냈다. 그는 월가 단죄로 유명세로 탄 덕에 뉴욕 주지사가 됐으나 2008년 성 매매 스캔들로 사임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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