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고통스러운가.
이 책은 불교적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인간의 본성인 선과 악을 탐구해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고통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 것이다. 송광사 구산 스님의 제자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스코틀랜드 불교학자인 스티븐 배철러는 불교 경전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불교도임에도 다양한 종교와 사상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헤친다. 고통과 근심으로 가득 찬 현대인이 새로운 깨달음에 눈 뜨고 자신의 번뇌를 주체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자는 두려움과 욕망, 세상의 혼돈과 갈등 등 인간의 모든 고통의 근원을 인간의 본성에 내재돼 있는 악마의 지배 때문이라고 보고 그 악마를 받아들이고 이해함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마라(도를 닦는데 방해되는 귀신이나 사물)에 대한 붓다의 투쟁과 사탄을 물리치는 예수의 투쟁을 통해 인간이 마성의 힘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찾기도 한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과 티베트 불교 역사서에 전해오는 신화 속 악마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 등장하는 사탄을 비교하고 공통점을 찾기도 한다.
저자는 "나를 따르는 자는 그 누구든 아픈 사람을 보면 반드시 보살펴주어야 한다"며 타인의 고통 속에 깨달음의 씨앗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는 붓다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고 설교하는 예수의 가르침은 매우 닮아 있다고 지적한다. 또 보들레르의 시, 프로이트의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갈등, 카프카의 소설 등도 제시하며 선과 악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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