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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잡힐 말이 아니다

제4보(42~51)


대국이 있던 날 ‘87트리오’는 한국기원의 대국실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최철한이 대만으로부터 귀국하자 다시 모였다. 월간바둑의 의뢰로 밀착연구를 하기 위해서다. 귀국한 최철한이 합석해서 연구 내용이 한층 깊어졌다. 대국 당사자가 가장 수를 깊이 본다는 것이 기단의 통념이지만 최철한은 자기보다 두 살 연하인 87트리오의 지적에 연신 감탄을 토했다. 실로 무서운 트리오였다. 윤준상, 이영구, 홍성지 등 세 사람. 백42는 긴요한 수순. 이 수로 그냥 참고도1의 백1로 두면 흑2의 씌움 한방에 바둑이 끝나게 된다. 이제 와서 백3으로 선수활용을 하려고 해보았자 흑4로 내려서서 그만이다. 백5면 흑6, 8로 두어 백이 잡힌다. 백44가 놓이자 일껏 움직였던 흑 2점이 거의 폐석으로 변했다. 이젠 흑이 정말로 좌변에서 상당한 전과를 얻어내야 수지타산이 맞겠는데 좌변의 백은 탄력이 풍부하여 쉽게 잡힐 말 같지가 않다. 흑47은 정수. 완강하게 둔다고 참고도2의 흑1로 버티는 것은 백에게 2 이하 10을 당하게 돼 흑의 불만이다. 흑51은 전형적인 기대기행마. 좌하귀 방면에서 힘을 비축해 좌변의 백을 계속 공격할 작정이다. 87트리오의 밀착연구회에 기록을 맡고 있는 이지현3단은 1979년생. 87트리오보다 8년 연상이므로 자연스럽게 누나로 불린다. “흑의 기세에 백은 부드럽게 몸을 맡긴 흐름인데 형세는 어떻다고 봤어?”(이지현) “나쁘지 않다고 봤어요”(최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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