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의석 수 확보를 골자로 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를 늘릴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경쟁할 경우 야권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정수를 늘릴 때가 아니라 고비용·저효율 국회에 대해 강력한 쇄신과 개혁을 이뤄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어 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의석 수를 늘리는 않는 것"이라며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위원회에서 의석 수를 현행 300석에서 69석 늘려 369석으로 하자는 혁신안을 지난 26일 제시한 데 이어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는 국회의석 수를 390석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새정연 주장의 핵심은 현행 54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 수의 대폭 확대다. 혁신안은 비례대표 의석 수만 69석을 늘린 것이고 이종걸안은 지역구에서 14석, 비례대표에서 76석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혁신안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정면 대응을 하고 나선 것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지금껏 야당이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17대 총선 이래 여권은 비례대표 의석을 둘러싼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현 여권의 비례대표 의석 수는 정몽준 전 의원의 국민통합21과 자민련의 의석을 모두 더해도 21석에 불과했던 반면 현 야권은 36석을 얻어 압승을 거뒀다. 당시 탄핵 후폭풍을 감안하더라도 여당이 차지한 의석 수의 비중은 비례대표보다 지역구 의석에서 더 높았다. 같은 현상은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나타났다. 여당이 압승을 거둔 18대 총선에서 여권은 지역구에서는 더블 스코어(151석대69석)로 이겼지만 비례대표에서는 34석을 차지해 14석을 더 얻는 데 그쳤다. 이번 19대 국회에서 역시 새누리당은 지역구에서 승리했지만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27석을 얻어 야권과 비기고 말았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확대에 난색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비례대표 의석 수 확대 논의가 자연스레 권역별 정당 비례대표제 논의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정당 비례대표제 역시 비례대표 의석 수의 대폭 증대를 골자로 한다. 정치권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여당에 불리하고 야당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편 국회의원 정원 확대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야당 지도부도 술렁이는 상황이다. 새정연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혁신안은 당론이 아니고 이종걸안은 이 원내대표 개인의 생각"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