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정치ㆍ외교ㆍ통일ㆍ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의 어려움을 고백하면서 내부자 연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황 장관은 이후 검찰 내부에서 정보가 전달됐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사실 검찰을 비롯한 수사당국 내 유씨와 구원파를 돕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은 그전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군까지 동원해 온 나라가 유병언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유씨가 수사망을 피해 한 달 가까이 유유히 도망 다니자 '수사정보 유출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검거에 난항을 겪을 수 없다'는 의혹이 일었던 것. 실제로 유씨가 검찰의 금수원 진입과 순천 별장 급습을 하기 한발 앞서 도주한 점과 유씨의 장남 유대균(44)씨가 세월호 침몰 직후 프랑스행 항공권을 구매해 인천공항에 나타났다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을 알고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 발길을 되돌린 점 등을 보면 유씨 부자가 수사정보를 미리 알고 움직이는 듯한 정황이 자주 보였다.
이런 가운데 5월21일 금수원 1차 진입 때 압수수색과 관련한 내부 문건인 금수원 영장 집행팀 편성안이 구원파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수사당국 내부에 유씨의 도피를 돕는 협조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건은 수색팀 편성과 검사ㆍ수사관 이름과 연락처 등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주요 수사 정보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병언 비리를 수사하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내부 조사 결과 적어도 수사팀 안에는 구원파 신도가 없다"면서도 "해당 문서가 검찰 내부 문건임은 확실하기 때문에 정보유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어느 선에서 정보가 유출됐는지 여부다. 그럴 확률은 적지만 고위층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5월1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하던 이용욱 전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이 구원파 신도였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당시 수사 결과 이 전 국장은 1991년부터 7년간 세모그룹에서 일하고 10년 넘게 구원파 신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국장은 "지금은 구원파가 아니다"라며 유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 해경이 사고 수습에 우왕좌왕했던 것이 이 전 국장과 연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검찰 내부 고위관계자가 정보를 유출한 것이 확인될 경우 충격파가 크고 유씨 검거도 더 난항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수사진 문책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아닌 다른 통로로부터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고위직으로부터 정보를 공유 받을 수 있는 정치권 인사나 법조계 인사, 정보를 보고 받는 청와대 관계자 등이 대상이다. 실제로 오갑렬 전 체코 대사 등 이른바 '유병언 키즈'가 정부ㆍ법조계 등에 포진하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졌다.
물론 검찰 관계자가 단순 실수로 압수수색 정보를 흘렸고 이를 구원파 측에서 우연히 입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보가 유출된 것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던데다 유씨 부자의 체포와 관련된 핵심 정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실수로 정보가 새나갔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