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이 구성진 목소리로 “박대 좀 사주세요. 한 팩에 3만원인데 두 팩에 5만원에 드리겠다”며 흥정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보라색 지갑에서 현금 대신 온누리상품권 5만원을 꺼내 박대를 구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통시장 박람회장에서 박대를 비롯해 영광굴비, 천일염, 풍기인삼 등을 샀는데 모두 온누리상품권으로 지불했다. 박 대통령은 온누리상품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판매하는 재래시장을 찾을 때에는 반드시 지갑에 온누리상품권을 챙긴다.
골목상권까지 파고들고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맞서 재래시장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상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응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온누리상품권 판매실적이 떨어지고 있어 청와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온누리상품권은 4,258억원이나 팔리며 재래시장 활성화의 선봉장 역할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2,700억원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1,400억원의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누어주었던 한 대기업은 올해에는 400억원 가량만 사들였다. 올해에는 기업들이 온누리상품권 구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재래시장 살리기에 동참했던 기업들이 이처럼 온누리상품권에 등을 돌리는 것은 왜 일까.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들은 온누리상품권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놓고 논쟁이 거듭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선뜻 온누리상품권 구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이 온누리상품권을 상여금이나 수당 성격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할 경우 자칫 잘못하다가는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되고 이는 결국 임금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기본급 임금 등 고정급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3~6개월에 한 번씩 지급되는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업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것이라는 유권해석도 나오고 있어 상품권 구매를 꺼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온누리상품권 구입을 장려하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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