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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오는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목사·스님 등 종교인이나 중고차 매매상, 음식점 사장, 관광·스포츠 업계 등 '조직표'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10일 일부 개신교계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자진납세'가 핵심인 종교인과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 '원천징수'를 담아 내년 1월부터 기획재정부가 시행할 예정인 시행령 적용도 2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여야 합의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고차와 음식점의 의제매입세액공제 연장이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카지노 레저세 무산도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종교인 과세 관련 시행령의 시행을 2년 늦추기로 당론을 정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해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연장을 의결하면 종교인 과세가 2년 미뤄져 2017년 1월부터 적용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완구 원내대표가 2일 "기본적으로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비춰보면 여당의 종교인 과세 의지가 대폭 후퇴한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종교인과세법이 가뜩이나 '솜방망이 안'인데도 통과되지 않을 경우 '원천징수'가 핵심인 시행령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9월 종교인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일부 개신교계가 강력히 반발하자 같은 해 11월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에 포함시켜 4%를 원천징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역시 종교계의 반발에 부딪혀 올 2월 '원천징수' 를 삭제하고 '자진신고·납부'로 한정했으며 세무조사나 가산세 규정도 배제된 수정법안을 제출했다. 더욱이 이번에는 저소득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 계류된 종교인과세법은 세수증대보다 조세정의를 목적으로 하며 EITC에 따라 오히려 정부 지원금액이 세수보다 클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조세정의를 의식한 허울뿐인 종교인과세법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이는 천주교가 1994년부터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불교계도 종교인 과세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센 일부 개신교계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밖에 정부는 중고차에 대한 특혜가 과하다고 보고 부가가치세 공제율을 축소하자고 했으나 정치권은 혜택을 연장하기로 중고차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는 개인 등으로부터 중고차를 취득하는 경우 의제매입세액공제(109분의9) 혜택이 2년 늘어났다. 음식점을 의식해 농수산물 구입액 중 일정 부가가치세를 돌려주는 제도도 유지하되 시행령이 개정되면 연간 공급가액의 2억원 이하는 현행 60% 공제율을 유지하되 2억~4억원은 55%, 4억원 초과는 45%로 각각 1년간 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카지노·스포츠토토·복권 매출액의 10%를 레저세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징수하는 지방세법 개정안도 카지노업관광협회 등 관광·스포츠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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