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부 허베이성 성도 스좌좡(石家庄)시 교통운수국 산하 기관에서 일하는 왕(王)모씨는 최근 고속도로 건설 자금으로 3만위안(546만원)을 울며 겨자먹기로 갹출해야 했다. 중앙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은행 등 제도권을 통한 도로건설 자금조달 길이 막히자 스좌좡시가 산하 기관 3만여명에 자금 동원 지시를 내린 것이다. 신입 직원인 왕씨는 "저축한 돈도 없는 데다 이런 주먹구구식의 자금조달이 못마땅해 처음에는 거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며 "하지만 조직 내에서 유무형의 압박이 들어오면서 결국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직원들의 도로 건설 자금 납부는 자발적인 형식을 취했다. 신탁기금의 재테크 상품에 가입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실제는 시 도로건설 자금 계좌에 입금됐다. 중국 현지 주간지인 경제관찰보는 최신호에서 올 들어 중국 중앙정부의 통화긴축 정책 영향으로 은행 등 제도권을 통한 인프라 자금 조달길이 막히면서 지방정부들이 심각한 도로건설 자금난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신규착공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이미 건설 중이던 도로의 공사대금 및 노무 인건비도 주지 못해 공사가 중단되는 사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형국이다 보니 스좌좡시처럼 궁여지책으로 산하 기관 직원들을 전부 동원해 고속도로 건설 자금을 모집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스좌좡시는 올해초 고속도로 투자에 127억3,000만위안을 투입해 249.1㎞의 신규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127억위안은 지난 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06년~2010년) 전 기간 동안 고속도로에 투자한 금액과 맞먹는 수치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올해 고속도로 건설 목표를 잡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은행 돈줄이 마르면서 당초 건설 예정인 5개 노선 가운데 3개 노선은 착공도 못했고 나머지 2개 노선 중 하나인 시푸 고속도로는 토지 보상자금을 구하지 못해 중단 상태에 놓여있다. 지난 2009년부터 고속도로 건설 주체가 성 및 자치구급에서 하급 행정단위인 시급으로 넘어간 것도 자금 조달난을 부추기고 있다. 또 고속도로 건설 규정상 지방정부가 도로 건설 자본금의 25%를 마련해야 나머지 75%를 은행 및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25%의 자본금도 구하지 못해 은행 자금조달 길이 원천적으로 막히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상황이 악화하자 스좌좡시 교통국은 산하 기관ㆍ기업들에 구두로 평균 1인당 3만위안의 자금을 구해오라고 통보했다. 직원들이 순순히 협조에 응하지 않자 일부 기관ㆍ기업들은 돈을 내지 않으면 출근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봉급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산시(陝西)성 옌우고속도로도 건설이 중단된 구간이 절반을 넘었고 건설 농민공에게 적어도 수억위안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시성 교통청은 2011년 들어 금융긴축정책으로 건설자금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자재대금 9억위안을 포함해 공사 대금 누적 체불액이 12억7,000만위안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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