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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도 일본말 찌꺼기가…

■ 오염된 국어사전/ 이윤옥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흔히 다정하고 사이 좋은 부부를 가리켜 '잉꼬부부'라고 한다. 하지만 잉꼬가 앵무새의 일본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잉꼬는 앵무과의 대부분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을 뿐 금슬 좋은 부부라는 뜻은 없다. 1997년에 나온 국어순화용어자료집에서는 잉꼬부부가 일본어투 생활 용어라며 원앙 부부로 순화하도록 조언한다.

또 우리들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삼일절, 광복절 등 국가기념일이나 학교 행사 등에서 반드시 국민의례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 행사가 일본 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더 구체적으로 국민의례는 '궁성요배,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를 뜻하는 말로, 일본 교단이 출정군인이나 유가족을 위해 행한 기미가요 연주나 묵념을 지칭한다.

저자는 일본 속의 한국 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면서 많은 책을 냈다. '신 한국 속의 일본문화답사기' '일본 속의 고대 한국 출신 고승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쿠라 훈민정음' 친일 문학인 풍자시집인 '사쿠라 불나방'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서간도에 들꽃 피다' 등이 그의 저서다. 현재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으로 한일간 과거의 역사를 딛고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가는 밑거름 작업을 하고 있다.

저자는 "광복을 맞이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우리 삶 깊숙한 곳에는 그 뜻을 알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일본 말들이 넘쳐난다"고 지적한다. 특히 잘못 쓰인 일본 말 찌꺼기를 거르고 올바른 국어사전을 만들어가야 할 국립국어원조차 이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책에서는 '유도리' '단품' '다구리' 등 일본말 찌꺼기인 줄 뻔히 짐작하면서도 쓰는 말뿐만 아니라 '국위선양' '잉꼬부부' '다대기' '품절'처럼 우리말로 알고 쓰던 일본말 찌꺼기의 역사와 유래, 그 쓰임새에 대해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일본에서 온 말이니 무조건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일본말 찌꺼기를 순화해야 하는 필연성을 제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일본말 찌꺼기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말 어휘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언어의 확장이라는 반론도 일부 있지만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언어에 대한 반성과 순화는 이 시대 우리들에게 주어진 책무일 것이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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