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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2월 23일] 비이성의 시대
입력2009-02-22 19:57:04
수정
2009.02.22 19:57:04
김석원(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
지난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몰고 온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들의 몰락이 이어졌다. 실물경기 급랭으로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이 구제금융에 목을 매고 있다. 동유럽권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과거 몇 년간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과 신흥국가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세계적인 과잉유동성으로 투자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온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부투자 자금이 끊기면서 하루아침에 모래성 신세가 됐다고 한다.
이처럼 전세계 구석구석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침체에 빠진 현상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거나 ‘글로벌화 이전에는 없었던 사건’ 등 과거를 되짚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또 ‘신자유주의의 사망선고’ ‘미국식 자본주의의 몰락’ ‘자본주의의 근본적 한계’라는 식으로 학문적 분석도 제각각이다.
이번 위기를 맞은 상아탑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과학’은 가설을 전제로 한다. ‘A라는 조건이 주어질 경우 B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다.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방법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이성적ㆍ합리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가설은 거의 모든 사회과학에 있어 절대적이었다.
최근 이 같은 가설을 뒤엎은 이론으로 경제학계에 일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학자가 있다. 미국 듀크대의 댄 애리얼리 교수다. 그의 책 제목을 직역하면 ‘예측 가능한 비합리성’이다. 인간은 비합리성을 근본으로 하지만 그 행동의 패턴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이론의 핵심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96년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얼마 전 타임지가 미국 금융위기의 주범 12개를 발표했다. 1위를 한 ‘지속된 경기호황’을 비롯해서 ‘무리한 투자에 앞장선 월가’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 ‘분에 넘치는 대출을 받은 미국 국민’ 등 비합리적 선택으로 보이는 요인이 3분의1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IMF 위기극복을 위해 ‘금 모으기’에 스스로 참여한 것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외국인이 보기에는 비이성적인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위기를 극복하는 에너지인 희망, 긍정적 마인드, 의지와 열정과 같은 마음자세도 결국 이성(理性)보다는 감성(感性)에 가깝다. 이성적인 ‘대안(代案)’보다는 비이성적인 ‘의지(意志)’가 더 중요하고 강한 위기극복의 원천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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