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사고기 승객과 가족은 아시아나항공의 보험사로부터 1만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받았다고 말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객 291명 가운데 사망자 3명을 뺀 나머지 국내외 탑승객 전원에게 이달 초부터 연락해 우선 1만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물론 다치지 않은 사람도 똑같이 1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치료비와 별도로 선급금 1만달러를 지급하고 항공료는 전액 환불할 예정이다. 이미 선급금을 받은 승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급금과 관련 "각종 불편에 대해 우선 지급하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최종 보상에서는 공제될 것"이라면서 "합의금이 아니라 선급금이다. 이 돈을 받아도 항공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는 데는 제약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탑승객의 아버지는 선급금을 받으려면 동의해야 하는 8가지 조건 가운데 7번째 항목에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다고 밝혀 법적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승객에게 선급금을 지급하는 대신 요구한 조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있을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몬트리올협약을 반영해 2011년 개정된 상법은 승객이 숨지거나 다친 항공기 사고에서 피해자가 배상을 청구하면 항공사는 지체 없이 손해배상액 일부를 선급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급금은 사망자는 1만6천 SDR(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이며 부상자는 8천 SDR 이내에서 치료비로 쓴 금액을 지급한다. 8천 SDR는 약 1만2천 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1천350만원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측은 선급금을 제안한 것과 비슷한 시기인 이달 초부터 개별 승객과 피해 보상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항공사고 이후 45일간 피해자에게 먼저 접촉하지 못하는 미국 연방법 때문에 변호사들의 손이 묶인 사이 항공사가 합의를 서둘러 승객이 합당한 액수의 배상을 받을 기회를 빼앗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기간에도 피해자는 변호사에게 먼저 연락해 법률 자문을 받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손목을 다친 한 국내 승객이 보상금으로 1억원을 제시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보상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거부했다.
국내 법률회사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승객을 대리해 아시아나항공이나 제작사 보잉,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0대 로펌 가운데 최소 2곳을 포함해 소송을 준비하는 법률회사는 5곳이 넘는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에서 있을 소송에 대비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선임했으며 미국에서는 항공사고 전문 유명 법률회사를 일찌감치 선임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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