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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 없을 대규모 유물 이송을 단 한건의 파손사고 없이 무사히 마쳐준 팀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는 27일 완료될 예정인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을 진두지휘한 왕영호 대한통운 국제영업지점 부장. 그는 장장 8개월에 걸친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이송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공을 그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이전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가 유물 이전 사업이다. 보물 2호인 보신각종을 비롯, 보물 332호인 춘궁리철조석가여래좌상 등 10만여점에 이르는 문화재가 이전됐다. 파손이나 분실을 대비해 들어놓은 보험금만 6,7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시속 70㎞의 속도에서도 찻잔 속 물이 넘치지 않도록 설계한 무진동차량 등 최첨단 운송장비를 비롯해 총 700여대의 차량이 투입됐다. 국보급 문화재를 다루는 만큼 유물 이송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왕 부장은 “만약에 있을지 모를 도난사고에 대비해 외부에 유물 이동시간을 철저히 비밀로 했고 본사 직원들도 가스총과 전기충격기 등으로 중무장하고 운송작업에 나섰다”면서 “평소에는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경복궁~용산을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평균 45분 이상 걸려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중성지, 솜목화, 소창지, 오동나무, 알루미늄 케이스 등을 사용해 4~5겹으로 포장했다”면서 “이는 건물 5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전혀 파손되지 않을 정도의 포장기법”이라고 소개했다. 왕 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유물로 총 무게가 24톤에 달한 보신각종을 꼽으면서 “중요한 유물을 옮길 때는 별탈 없는 이송을 위해 관례상 고사를 지내는데 이번 운송에는 총 8차례나 고사를 지냈다”면서 “보신각종은 불교 유물이기 때문에 고사를 지낼 때는 돼지머리를 빼고 뒤풀이 때 직원들끼리만 나눠 먹기도 했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왕 부장을 포함해 서영수 팀장, 박정래 차장, 박윤철 대리, 신화용 대리 등 5명으로 구성된 대한통운의 미술문화재전시팀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특수운송팀이다. 특수운송 경력만 10~20년에 이르는 베테랑들인 미술문화재전시팀은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93년 대전엑스포,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국가적 행사 때 방송장비ㆍ미술작품 등 특수운송을 도맡아왔다. 이들의 활약 덕에 전체 직원이 50명에 불과한 국제영업지점이 한해 올리는 매출은 3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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