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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3년 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 10·26 보궐선거 때 개인적인 치부를 공격하며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등을 졌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시청 집무실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위원장 자격으로 방문한 나 의원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날 만남은 지난달 11일 서울시 당 위원장으로 취임한 나 의원이 박 시장 측에 만남을 제안하고 박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박 시장은 "우선 당선을 축하드린다. 이제 시당 위원장이시니까 조금 더 자주 뵙자"며 "우리가 국회 요청할 일 참 많고 새누리당 당원들도 서울에 여러 요청하실 일이 계실 것 같으니 조만간 당협 위원장님들 모시겠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에 "시당 위원장이 되고 나서 들여다보니까 서울시가 일을 할 때 국회나 정부하고 협조받으실 일이 많으실 것 같고 국회와 중앙정부와 가교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협 위원장들하고 활발하게 소통하시면 우리 시장님도 또 뭐 얻으시는 게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진 면담에서 박 시장은 서울시 대부분의 복지사업이 중앙정부 매칭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 시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을 호소하며 새누리당 서울시당 차원에서 정부 및 국회에 대해 중앙정부 지원을 늘릴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나 의원은 박 시장이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지역의 현안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나 의원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서울시장과 새누리당 당협위원장들하고 느슨한 형태의 정례적인 당정협의를 갖자"고 요청했고 박 시장도 수락해 두 사람은 오는 11월 중 첫 관련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3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협력해나가자고 의기투합한 것이지만 박 시장 입장에서는 6·4 지방선거 경쟁자였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을 껴안은 데 이어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나 의원까지 끌어안는 모양새여서 대권행보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나 의원도 지역구 현안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선거 앙숙인 박 시장을 먼저 찾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두 사람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맞붙어 박 시장이 53.4%의 득표율로 46.2%를 얻은 나 의원에게 승리했다. 이후 나 의원은 지난 7·30 재보선 선거에서 동작구에 출마해 국회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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