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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등돌리면 정권 치명타… 나흘만에 백기

■ 박근혜 대통령 "원점서 재검토"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세법개정안인 8∙8세제개편에 대해 나흘 만에 ‘원점 재검토’까지 주문한 것은 “증세는 없다”는 약속이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고 중산층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부담 증가에 대해 설명과 협조를 구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민을 거위에 비유한 말실수가 박 대통령의 진의까지 시험하는 지경에 이르자 조기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권의 기반이 되고 있는 중산층 여론이 등을 돌릴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상황판단을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상층부에서 교감한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2일 “결코 증세가 아니다”라고 강변해온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표현이 어떻고 이론이 어떠하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증세”라고 쐐기를 박았다.

세법개정안 발표와 동시에 소득공제 축소로 434만명에 달하는 중산층 샐러리맨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기획재정부나 청와대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증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만만한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터는 것이 증세가 아니면 뭐냐”는 현실적 반론에 힘 한 번 제대로 못써 보고 묻혔다.

박 대통령도 이날 세법개정안에 대해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해 세법개정안이 사실상 증세라는 데 동의했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국정과제인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중산층이 ‘증세는 없다’는 약속을 파기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 가장 뼈아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가장 민감한 민생 이슈인 세제가 제자리걸음을 해온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날개를 달아주며 여론 악화와 야당의 장외투쟁 동력 강화가 상호 작용 속에 시너지를 발휘하자 논란의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원동 경제수석이 지난 9일 “(세제개편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낸 것”이라는 프랑스 왕정 시절 격언을 언급한 것은 주말 내내 국민 정서를 자극하며 조세저항 조짐까지 불렀다.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보좌하는 인사가 교묘한 언사로 국민을 우롱하니 세금이 더 걷히기는커녕 조세 저항 심리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물론 청와대도 세법개정안을 손보지 않고는 하반기 국정운영은 물론 60%를 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마저 흔들리며 10월 재보선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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