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유치원 원아모집 시 중복지원에 따라 경쟁률이 치솟자 고육지책으로 서울교육청은 지난 3일 중복지원 시 입학취소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20일도 안 돼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그 사이 유치원 원아모집은 모두 마무리됐다.
이근표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복지원 시 취소 방침에 대해 행정 일관성을 견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시스템이 미비하고 유치원 협조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중복지원 시 취소 방침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뜻이다. 이 국장은 "제출된 자료도 신빙성이 부족하고 중복지원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이 중복지원 시 입학취소 방침을 밝힐 당시 시스템 미비로 중복지원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당국의 정책만 믿고 지원하는 부모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서울교육청은 그러나 이 같은 여론에는 아랑곳없이 방침 강행의사를 거듭 내비쳤다.
이날 오후1시 기준으로 지원자 명단을 제출한 곳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영도 서지 않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사립 유치원 699곳 중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400곳 정도만 유치원 지원자 명단을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사립유치원을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제출 받은 명단으로만 중복지원을 적발하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서울교육청이 아예 기존 입장을 바꿔 백지화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서울교육청의 정책에 협조한 학부모들은 유치원에 등록도 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는 등 앉아서 바보가 된 셈이다.
결국 서울교육청이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섣불리 발표했다가 부모와 아이들만 골탕을 먹게 생겼다.
후속대책도 성의가 없긴 마찬가지다. 서울교육청은 이날 "유치원에 등록하지 못한 학부모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놓은 대안이라고는 추가 모집하는 유치원을 안내하는 단순한 대책에 불과했다. 한 번만 지원했다가 유치원 지원기회를 잃게 된 학부모 박모씨는 "주변에서나 아내가 다들 중복지원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지만 교육청 방침만 믿고 아내를 설득해 한 번만 지원했다"며 "더 신뢰를 잃기 전에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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