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은 23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게재한 논문에서 데이터를 토대로 에볼라 확산 속도와 규모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에볼라가 지난해 12월 말 기니의 한 밀림지대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지난 3월 기니 정부가 WHO에 보고했을 당시 이미 수도인 코나크리에까지 번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에볼라는 이후 5월 시에라리온, 6월 라이베리아로 전파된 데 이어 7월부터는 이들 3개 국가에서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크리스토퍼 다이 WHO 전략국장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올해 9월14일까지 4,057명이 감염됐고 이중 70.8%가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에볼라가 이처럼 넓게 퍼진 것은 에볼라의 생물학적 특성보다 (이동을 많이 하는) 감염자들의 특성, 열악한 보건의료 체계 등에 기인한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니 등 3개 국가에서 에볼라를 조기에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이들 국가는 앞으로 매주 수천명이 감염, 사망한다는 보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페리얼칼리지의 크리스티 도넬리 전염병통계학 교수는 "보건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나이지리아에서는 대도시에서 처음 에볼라가 발생했지만 감염자 수가 더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WHO에 따르면 22일 현재 서아프리카 5개국의 에볼라 감염자 수는 5,864명, 사망자 수는 2,811명이다.
이처럼 에볼라가 무섭게 확산되자 뒷짐을 지고 있던 국제사회도 뒤늦게 공조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일 미국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며 미국은 서아프리카에 17개 치료센터를 짓고 수천명의 간호인력을 훈련시키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국제공조가 조금 더 빨랐다면 수천명에 이르는 인명피해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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