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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체납자는 프라이버시 없나


지난 12일 오전 13년째 지방세 37억원을 체납하고 있는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자택에 서울시 38세금징수과(38과) 직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 38과는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끈질긴 추적을 통해 세금을 받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38과는 2001년 8월 38기동팀으로 가동에 들어간 후 지금까지 5,000억원을 징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시민들은 그동안 발로 뛰며 고액 체납자를 추적하고 숨겨둔 재산을 압류해 징수성과를 올려 온 38과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날도 서울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최 전 회장 자택 2층의 안방문까지 뜯고 들어가 금고속에 보관돼 있던 현금과 귀중품 등 1억3,000만원을 압류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시는 "호화생활 체납자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성실한 납세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이날 자택수색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고액 체납자는 개별적인 사정이야 어떻든지 간에 법을 떠나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체납자의 집에서 수억원의 현금과 금품이 쏟아졌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온 직장인들은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최 전 회장은 이날 창피를 톡톡히 당했다. 최 전 회장 부부가 끝까지 버티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장면과 서류를 찢어 던지는 장면, 그리고 자택 안방과 반바지 차림의 최 전 회장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서울시가 악성 체납자들에게 '세금안내고 버티면 이렇게 창피당한다'는 무언의 경고를 보내고 자진해서 밀린 세금을 내도록 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최 전 회장을 두둔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실제 소유여부를 떠나 고액 체납자인 최 전 회장이 서울 양재동 고급빌라촌에 살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공분의 대상이다.

그렇다고 체납자의 프라이버시를 낱낱이 언론에 공개하고 창피주기식으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최 전 회장 자택수색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놓고 "너무 심했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손가락질 받는 악질적인 고액 체납자라도 기본 프라이버시는 최소한 지켜주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그동안의 노력과 실적도 인정받는 법이다. 세금을 징수하는 것도 좋지만 여론재판식으로 흘러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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