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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 국면 접어든 기후변화 협상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회기를 이틀이나 넘긴 지난 일요일 새벽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며 막을 내렸다. 각국 대표들이 귀국일정까지 연장하며 치열한 협상을 벌인 끝에 코펜하겐 총회 이후 교착상태에 있던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더반총회 합의 법적 구속력 논란 내년 말 종료되는 교토의정서의 연장, 오는 2020년부터 개도국에도 적용되는 새로운 법적 감축체제의 출범을 위한 '더반 플랫폼(Durban Platform)' 협상의 개시, 매년 1,000억달러 규모의 개도국 재정지원기구(녹색기후기금) 이사회ㆍ사무국 설치 합의 등 그동안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았던 핵심 쟁점들이 타결됐다. 이로써 2009년 코펜하겐 협상 이후 파국의 길로 치닫던 국제 기후체제는 기사회생하게 됐고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축소돼 붕괴 위기에 직면했던 국제 탄소 시장의 발전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하지만 더반 회의의 결과는 온실가스 감축을 둘러싸고 주요국들이 대립해온 근본적 문제들의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내년부터 시작될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에 기초한 본격적인 기후변화협상의 서막에 불과하다. 첫째, 현존하는 유일한 법적 온실가스 감축체제인 교토의정서를 2013년부터 5년 또는 8년 연장하기로 합의했으나 개도국들의 기대와 달리 유럽연합을 제외한 다른 주요 선진국들이 2차 공약기간에 참여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온 미국은 물론이고 교토의정서 탈퇴 입장을 밝힌 일본ㆍ캐나다ㆍ러시아 등도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 선진국(미국 제외)의 배출 총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본ㆍ캐나다 등마저 빠진다면 . 2. 둘째, 더반 플랫폼에 따라 중국ㆍ인도와 같은 개도국들도 2020년부터는 의무 감축에 참여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의정서, 법적 체제 또는 법적 효력(legal force)을 갖는 합의'에 따른 기후체제를 2020년부터 발효시켜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에 적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상 마지막 순간 타협의 산물로 최종 합의문에 삽입된 '법적 효력'이라는 애매모호한 용어가 과연 법적 구속성을 의미하는가의 해석 여부를 둘러싸고 향후 중국 등 개도국과 선진국 간 치열한 법리논쟁이 예상된다. 셋째,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노력 지원을 위해 녹색기후기금을 창설하기로 합의했으나 핵심 사안인 재원 조성ㆍ배분 방식에 대한 구체적 합의는 향후 협상으로 미뤄졌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진국들이 더반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향후 매년 1,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 개도국이 원하는 대로 지원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개도국의 지지 확보에 핵심적인 재정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기후변화협상이 또 다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美ㆍ日 등 의무감축 동참 미지수 더반 기후협상을 계기로 이제 기후변화의 국제정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기후변화협상을 둘러싼 정치적 대결구도의 핵심 축이었던 감축의무에 있어 선진국ㆍ개도국이라는 이분법적 구별은 향후 현저히 약화되고 새 기준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협상에서 중국ㆍ인도 등 주요 배출 개도국에 대한 의무 감축 수용 압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압력을 받겠지만 더반 회의는 우리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녹색성장 정책이 미래의 기후체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반이 되리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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