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규제증가를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규제강화가 필요한 분야도 적지 않다. 환경과 국민건강,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려면 현실적으로 새로운 규제가 요구된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절반가량 감소했던 규제가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다는 보수정권 들어 오히려 급증했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말과 행동이 다른 규제완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원수이며 암덩어리"라고 힘줘 말했으나 현실은 딴판이다.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운영하던 규제 포털에 의하면 지난해 말 규제건수는 1만5,269건으로 전년보다 340건 늘어났다.
도대체 무엇이 규제를 늘렸나. 이쯤 되면 규제를 규제하려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냈느냐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암행어사의 부패를 감시하기 위해 암행어사를 파견했던 조선 후기와 비슷한 꼴이다. 규제가 되레 늘어났다는 사실은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공무원 집단과 시장과 사회 각 분야에서 지배력을 지키려는 기득권 세력의 야합 가능성을 말해준다.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불필요한 규제는 우리 국민 모두의 공생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요소다. 그런데도 규제는 매년 늘어만 간다.
규제내용도 문제다. 중소기업을 돕는답시고 적합업종 지정 각종 규제를 시행했는데 결과는 토종자본을 억제하고 외국계 대기업만 배를 불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른바 규제의 역설이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면 기대해봄 직하다. 과연 규제의 총량과 내용이 줄어들고 개선될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