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나름의 근거까지 제시했다. 소비자심리가 나아지고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경제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월 대비 3포인트 오른 104를 기록하는 등 일부 지표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이 총재의 낙관론이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당장 세계 경제지표와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날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마킷의 통계를 보면 미국·중국·유로존·일본 등 세계 4대 경제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전월보다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세계 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미국의 지수까지 둔화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제조업 지표가 다시 둔화 쪽으로 방향을 트는데도 한국 경제만 유독 순항하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더구나 이날 원·엔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7년2개월 만에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엔저는 이미 우리 수출 기업들에 치명적인 수준이다.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마다 한국의 수출은 평균 4.6% 정도 감소할 정도라니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사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침체는 깊고 길었다. 그런 만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야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통화당국의 수장까지 마냥 낙관론을 펴서야 되겠는가. 그릇된 경기진단은 필경 처방의 오류를 부를 수밖에 없음을 이 총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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