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말까지 출구전략이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IMF 총재는 "IMF의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고려할 때 연준이 내년에야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줄일 것으로 보이며 감축규모도 아주 작을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례 미국 경제상황 보고서를 발간한 후 밝혔다.
지난달 22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출구전략 가능성을 언급한 후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IMF가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최고의 공신력을 인정받는 IMF의 이 같은 평가가 최근의 혼란을 진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미국의 경제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비록 회복세는 보이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힘을 되찾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간된 보고서에서도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반면 물가상승률은 제어 가능한 수준"이라며 "연준이 올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감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IMF는 연준이 출구전략에 돌입할 경우 전세계 금융시장에 올 충격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전세계 금융시장 관계자들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출구전략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또한 정확한 출구전략 시행시점을 가늠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세계 금융시장은 출구전략 가능성만 타진됐음에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암시 발언이 나온 후 현재까지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3조달러가 증발됐으며 특히 일본은 닛케이225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빠지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신흥국에서는 통화ㆍ주가ㆍ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IMF는 미국 연방정부의 자동 지출삭감 프로그램인 시퀘스터를 강력히 비난하며 미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최근의 재정적자 감축은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고 잘못 설계된 것"이라며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이는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을 2개월 만에 또다시 내린 것이다. IMF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로 유지하면서 시퀘스터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최대 1.75%포인트나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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