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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퍼터 전성시대

■ 발렌타인 챔피언십 최종<br>럼포드 연장서 이글 퍼트로 우승… 마스터스 이어 롱퍼터 골퍼 정상<br>김형성 공동 6위·양용은 이븐파

브렛 럼포드


28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GC(파72ㆍ7,281야드)에서 끝난 발렌타인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롱 퍼터 바람이 한국에까지 상륙했다. 브룸스틱 퍼터(한 끝을 가슴에 대고 하는 대빗자루 퍼터)를 든 브렛 럼포드(36)가 연장 끝에 우승 상금 5억3,000만원을 차지한 것이다. 애덤 스콧이 지난 15일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호주 선수 최초로 그린 재킷을 입었듯 럼포드도 호주 선수다. 스콧도 브룸스틱 퍼터로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럼포드의 우승은 롱 퍼터를 쓴 선수가 최근 3년 동안 4대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씩 우승한 '롱 퍼터 그랜드 슬램'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추어 시절 애런 배들리와 함께 호주 골프를 대표했던 럼포드는 한국에서의 우승으로 유러피언 투어 통산 4승을 쌓았다. 지난 2007년 9월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 이후 무려 5년7개월여 만의 우승이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16번홀까진 쉬운 듯했다. 럼포드는 두 홀을 남기고 13언더파로 두 타차 단독 선두였다. 하지만 17번홀(파4)에서 한 티샷이 오른쪽 내리막 비탈로 벗어나면서 대회장이 술렁거렸다. 언플레이어블 선언으로 인한 1벌타와 3온 2퍼트로 더블 보기. 같은 조의 럼포드와 마커스 프레이저(호주), 챔피언 조의 피터 화이트포드(스코틀랜드)가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최종 18번홀(파5)을 맞이하게 됐다. 이후 럼포드와 프레이저가 나란히 파를 적어내 다음 조인 화이트포드의 실수를 바라며 연장을 기다리는 상황. 바람대로 화이트포드는 2m가 조금 안 되는 버디 퍼트를 놓쳐 연장에 돌입했다.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은 첫 홀에서 끝났다. 두 선수의 두 번째 샷이 나란히 흔들린 반면 200야드 남짓한 거리에서 아이언으로 시도한 럼포드의 2온은 홀 1.5m에 붙었다. 가볍게 이글. 17번홀에서의 마음 고생을 한 번에 날리는 '면도날' 아이언샷이었다.

한편 국내 유일의 유러피언 투어이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의 우승은 이번에도 이루지 못했다. 2008년부터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매년 외국 선수의 우승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일본파' 김형성(33ㆍ현대하이스코)이 최종일 5타를 줄이는 뒷심으로 7언더파 공동 6위를 차지했고 김경태(27ㆍ신한금융그룹)와 홍순상, 김기환은 6언더파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양용은(41ㆍKB금융그룹)과 배상문(27ㆍ캘러웨이)은 각각 이븐파 공동 49위와 컷 탈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형성은 유러피언 투어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의 실력차를 볼 컨트롤 능력에서 찾았다. 그는 "파블로 라라사발(스페인)과 동반 플레이했는데 그 선수만 해도 한 개의 클럽으로 볼의 탄도를 다양하고 자유롭게 구사하더라"면서 "한국 선수들은 아직 거기까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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