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구성체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는 외롭고, 어머니는 피곤하다. 과거엔 뚜렷하게 구분됐던 남녀의 전통적인 역할 모델이 깨지고 역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강인함이 최고의 덕목이었던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여자는 또 어떤가. 직장과 가정이라는 두 공간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하기위해 '수퍼맘'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족의 달 5월에 맞춰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재조명한 책이 잇달아 나왔다. 선사시대부터 출발해 가정에서 실종되고 있는 아버지의 역할을 조명한 '아버지란…', 아버지의 자녀교육에 대한 해법을 담은 '아들은…' 그리고 자녀들에게 언제나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죄의식의 원천인 모성애를 분석한 '일하는 엄마는 죄인인가' 등이다. 이탈리아의 심리학자인 루이지 조야는 동물과 인간의 부성(父性)을 비교하고 부부의 인연을 처음 맺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아버지의 탄생 배경을 설명한다. 또 신화의 시대를 거쳐 유럽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르네상스 시대를 시작으로 1,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폭력성에 물든 근대의 아버지를 조망한다. 저자는 최근 남자다움과 부성애가 훼손된 이유로 세계화를 꼽는다. 경제발전과 거듭된 공황으로 아버지는 오로지 가족의 생계만을 책임지는 역할로 전락해버려 가족의 정신적인 기둥이자 버팀목이었던 전통적인 부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루이지야 조야와 일본의 작가 기타키와 요시노리는 부성이 사라져가는 사회는 정신적 결핍을 앓게 된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부성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변화한 시대에 맞는 부성의 개념을 새로 정립하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처방이다. 생계에 얽매인 노동자, 가부장적 권위로 지배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가정, 사회와 함께 하는 아버지의 역할을 재정립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요시노리는 아버지와 자녀는 절대 친구관계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아버지에게는 권위를 갖추고 엄격하게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 아동정신분석가인 실비아 지암피노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과감히 벗어던지라"면서 일과 가정 특히 유아문제에 갈등을 겪는 직장여성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그는 '엄마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져 아이에게 해로울 것'이라는 시각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런 사회적 시각이 커지면 엄마는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더불어 아이에게도 좋지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불쌍한 아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아이는 투정을 부리거나 애정을 미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하기도 한다는 것. 저자가 말하는 '좋은 엄마'의 조건은 무작정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질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엄마가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야 말로 직장의 유무와 상관없이 아이를 훌륭하게 잘 기를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아버지란 무엇인가(루이지 조야 지음, 르네상스 펴냄) ■아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가와키타 요시노리 지음, 작가정신 펴냄) ■일하는 엄마는 죄인인가(실비안 지암피노 지음, 열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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