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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하반기 경제 그다지 나쁘지 않아… 미국·중국이 변수<br>수출 어렵지만 새시장 개척 기회로 활용을<br>부동산 침체는 시장 못 읽은 정책 실기 탓<br>주택대출 방식, 장기저리 모기지로 바꿔야<br>고용 질 나빠져 청년실업 사회 문제될 수도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의 3.5%에서 무려 0.5%포인트를 내렸다. 정부가 6월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3.3%보다 0.3%포인트 낮다. 이번 전망은 최근 국내외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하반기 경기하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한은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바로 그날 삼성경제연구소와 민간 싱크탱크의 쌍벽을 이루는 김주현(사진) 현대경제연구원장을 만났다.

그런데 김 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각 연구기관들이 전체 연간 성장률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반기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 상황은 이미 예측됐던 것"이라며 "하반기 국내경기의 향방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움직임에 달려 있는데 아직까지 두 국가의 경제상황은 유럽만큼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관련해 "정부가 경기하락을 가속화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를 제대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폈어야 했다는 것이다.

현정권에서 가장 후퇴한 정책으로 대북정책을 꼽은 그는 "현정부는 한미공조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남북관계의 끈을 놓쳐버렸다"고 지적한 뒤 "차기 정부는 미국의 이해와 우리나라의 이해가 다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전략이 아닌 우리만의 남북관계에 대한 전략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그렇게 나쁘지 않아…미국∙중국이 변수

많은 기관들이 하반기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을 우려하는 시점에서 김 원장의 경기진단은 다소 낙관적으로 보인다.

"상반기 우리 경제가 부진했기 때문에 전체 연간 성장률을 조정하는 것일 뿐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처럼 악화할 것으로 보는 기관은 없어요. 하반기 국내경기의 향방은 미국과 중국 경제의 움직임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속도가 느리기는 하나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중국도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이 재정위기로 주춤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지금처럼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3% 중반대 성장률 달성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원장은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로 부진에 빠진 수출의 경우 당분간 반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럽 지역의 경기침체로 현지 기업들이 애를 먹는 현상황이 우리 기업들에는 시장을 공략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전년도 19%의 성장을 보이던 수출이 상반기 0.7% 성장에 그쳤습니다. 직접수출과 중국을 통한 간접수출을 합해 유럽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15% 줄어든 게 큰 영향을 미쳤어요. 유럽 지역 수출은 올해 안에 회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불황의 시기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FTA의 이점을 살려 신수출지역을 개척하고 수출상품을 다양화해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김 원장은 유럽의 핸드폰시장을 독점했던 노키아 대신 삼성 스마프폰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다른 국내 제품들도 충분히 유럽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유럽 지역은 제조업 기반이 강한 독일ㆍ프랑스ㆍ네덜란드 등 서유럽 기업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우리 제품의 질이 좋아도 쉽게 뚫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그쪽 경기가 어려워 현지 기업들도 제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휘청거리다 보니 품질 경쟁력이 높은 우리 제품들이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고용, 지표는 좋지만 질은 악화돼…청년실업 우려

화제를 수출에서 고용시장으로 돌려봤다. 올 들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40만명 이상 증가세를 이어가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 및 단시간 근로자 위주로 고용이 늘면서 고용의 질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 원장도 이에 동의했다.

"통계지표상으로 보면 고용사정은 아주 좋아 보입니다. 상반기 실업률이 3% 초반으로 낮고 신규 취업자 수도 40만명을 넘어섰어요.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나고 비임금 근로자 중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8월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취업률이 오르고 있지만 유독 청년층만 이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8%대로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생을 포함하면 16%대까지 올라간다"면서 "일반실업률이 8%대인 미국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17%대인데 우리는 일반실업률이 3%대임에도 청년실업률이 이와 비슷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계약직이나 임시직을 돌기 시작하면 1~2년 후 정규직에 들어가기가 더 힘듭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도는 청년층이 증가하면 잠재적인 국가의 불만세력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청년들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예전만큼 청년들이 갈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청년들의 도전의식이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 "젊은이들이 공무원이나 공기업처럼 편한 일자리를 찾으려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입시 위주의 맞춤형 교육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도전의식이나 창의력이 많이 부족하다"면서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도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고 도전의식을 길러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경기 침체, 정부 정책의 실기

부동산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가계부채를 키우고 이는 다시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자 무리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이른바 하우스푸어 계층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김 원장은 "현 부동산경기 하락에는 정부 정책실패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주택 수요가 중소형주택으로 이동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부동산경기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경기하락을 가속화한 측면이 있어요."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에 매달리다 보니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부동산경기와 건설투자, 그리고 건설투자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가격 하락은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건설경기 침체를 초래해 3년째 경제성장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특히 부동산은 고용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시장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이라도 부동산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문제를 명확히 구분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빈곤감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은행의 대출방식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4억원짜리 아파트를 자기 돈 2억원에 은행대출 2억원을 합해 구입했다고 치죠. 그런데 현재의 거치식 일시 또는 분할상환 구조에서는 3년이 지나면 2억원을 갚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직장인이 이걸 감당할 수 있겠어요. 은행만 좋은 이 같은 대출방식을 미국과 같은 장기저리의 모기지 형태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남북관계의 끈 놓친 것 아쉬워, 차기 정부 신뢰회복 나서야

현대경제연구원은 타 연구기관에 비해 남북관계와 관련한 보고서를 많이 내놓는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모기업인 현대그룹은 금강산과 개성 관광 등 대북사업을 활발히 펼치기도 했다. 김 원장 역시 개성공단 조성 당시 그룹을 대표해 북한 관계자들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할 정도로 북한 사정에 매우 밝다. 그런 그가 보는 현정권의 대북정책은 어떨까.

그는 현정부가 지나치게 한미공조에 매달려 남북관계의 끈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북한과 관련해 미국과 우리의 이해가 항상 같을 수는 없어요. 미국에 북한은 과거의 이라크,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이란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여러 국가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되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게 북한은 다릅니다. 어떻게든 개방으로 이끌어내 우리와 상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민간과 정부, 정치와 경제, 정치적 활동과 인도적 활동 등을 구분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학자나 체육인들의 교류는 지금도 지속되며 NGO단체들의 인도적 지원도 항상 길을 열어두는 등 한국 정부의 접근방식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어 "차기 정부는 이른 시일 내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정경과 민관, 경제적 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구분해 대북정책을 펴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제학 전공안한 경제전문가… 거시분야 통찰력 뛰어나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 金 원장은

김주현 원장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경제 분야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지만 그의 전공은 경제학이 아니다. 대학시절에는 경제와 거리가 먼 영문학을 전공했고 박사학위는 경영학으로 받았다. 더욱이 주요 연구 분야는 금융 쪽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력은 오히려 거시경제에 해난 통찰력을 제공했다. 경제학만 전공한 사람은 가질 수 없는 무언가가 그에게 있는 셈이다. 그는 "금융 쪽도 경제와 맞물려 있다 보니 큰 어려움은 없다. 학부시절 인문학을 전공한 것이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거나 거시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데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새문안교회 장로인 그는 연구원으로 출근하기 전 빠짐없이 새벽기도를 다녀온다. 벌써 2년째 하고 있다. 그는 "교회에서 아침밥을 먹고 회사로 온다. 인적이 드문 종로거리를 걸으면서 하루 일과를 차분하게 계획한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강조한다. 학업이 됐든 봉사활동이 됐든 해외에 나가서 직접 보고 부딪히면 도전정신이 생기고 시야도 넓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원장은 아들만 셋인데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첫째를 제외하고 두 아들이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청년들의 해외진출을 이야기하는 것도 곁에서 두 아들의 변화를 지켜봤기 때문에 가능하다.

둘째는 대학을 1년째 휴학하고 태국의 한 산족 마을에 차려진 대안교육 캠프에서 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부모가 버렸거나 병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현지 아이들을 직접 돌보고 있다. 보통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봉사활동을 하지만 둘째아들의 경우 1년째 아이들을 돕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기에 적극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아프리카를 좋아해 우간다에서 2개월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우간다 아이들과 여성을 교육하고 지역사회 개발에 나서고 있는 NGO 단체에서 일한다. 그는 "최근 둘째가 말라리아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보지도 못하고 답답했지만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현정부도 초기에 해외 인턴 10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후 제대로 진행됐는지 의문"이라며 "젊은이들이 해외에 적극적으로 나가면 청년실업 해소뿐 아니라 이들이 지역 전문가가 돼서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약력

▦1952년 울산 ▦1980년 서강대 영문과 졸업 ▦1989년 애리조나주립대 경영학박사 ▦고려종합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OECD정책자문기구(BIAC) 한국 위원 ▦대한상공회의소 자문위원 ▦2000년 현대경제연구원 경영전략본부장 ▦2001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 ▦2004년~ 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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