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여러모로 비슷한 삶의 궤적을 공유하고 있다. 우선 만델라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모두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오랜 투옥 경험을 갖고 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김 전 대통령은 2000년에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간 개인적인 인연도 깊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자서전인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우리말로 번역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관심에 보답하듯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자 둘째 딸인 진드지 만델라를 서울로 보내 자신이 감옥에서 찼던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중이던 2001년 3월 임기를 마친 만델라 전 대통령을 한국으로 초청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푸는 등 국빈급 예우를 했다.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것은 처음이었지만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 평화 증진과 민주주의, 인권 신장을 위한 '세계평화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6일 김대중평화센터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만델라 전 대통령은 증오를 넘어선 사랑의 위대한 힘을 보여줬다"며 "그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만델라 전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95년 7월 김 전 대통령의 국빈 초청으로 처음 한국땅을 밟았다. 당시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가 집권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일궈낸 양국의 공통된 역사적 경험에 깊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당시 방한 기간 중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6차례나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병상에서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자유와 평화, 상생을 이룬 위대한 분인데 애석하다"고 추모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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