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지 닷새 만인 29일 전격 사퇴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언론의 잇단 의혹 제기에도 인사청문회 통과는 별 문제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인수위원들은 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그야말로 ‘멘붕(멘털 붕괴)’상태에 빠졌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인수위는 예정된 국정과제 토론회와 현장방문 일정을 진행하면서 정권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특별사면에 대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과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30분 간격으로 브리핑을 갖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도 통의동 집무실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를 접견한 뒤 인수위 사무실에서 법질서사회안전분과의 국정과제 토론회에 참석, 4대 범죄 척결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오후5시30분께 인수위 기자실로 김용준 인수위원장 명의로 귤이 배달돼 잠시 화제가 됐다. 귤 상자에는 ‘언론인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 김용준 위원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인수위 미디어지원실 관계자들이 “언론인들을 위해 김 위원장이 준비한 것”이라며 떡볶이를 돌렸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타이밍이 오묘하다” “(김 후보자가) 앞으로의 검증을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긴급브리핑 일정이 공지된 6시30분께만 해도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불과 30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대변인은 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전했다. 귤과 떡볶이가 김 후보자의 마지막 선물이 됐던 셈이다.
이날 사퇴를 발표한 윤 대변인은 평소 10분 이상 추가 질의응답 시간을 진행했으나 기자회견을 마치자마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인수위 행정실과 대변인지원실 관계자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브리핑을 통해 알게 된 인수위원들은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자의 낙마가 현실화되면서 인수위 활동에 힘이 빠질 것을 우려했다. 인수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갖기도 전에 만신창이가 됐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수위원은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뉴스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순수한 분이었는데 안타깝다”면서 “인수위 일정에도 다소 차질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법질서사회안전분과의 국정과제 토론회를 마치고 오후6시께 무악동 자택으로 퇴근했으나 불과 10분 거리의 무악동 자택에 7시20분께 도착했다.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사퇴를 하게 된 배경과 심정을 묻자 김 후보자는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서둘러 자택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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