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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씨 피랍과 파병

정치부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기자의 눈] 김씨 피랍과 파병 정치부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정치부 김창익기자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파병을 철회해서라도 우리 아들 좀 살려주세요.” 미군 군납업체 직원 김선일씨의 이라크 피랍사건과 관련, 21일 여야 각당이 서둘러 성명을 발표할 때 TV에서는 김씨 어머니의 절규가 들려왔다. 이라크 파병국 민간인을 상대로 한 납치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 미국인의 참수장면이 여과 없이 TV를 통해 보도된 상황에서 그녀의 절규는 당장에 아들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다. 보도 과정 내내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의 표정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다면’이란 심정이 역력했다. 김씨 어머니의 마음은 아들의 안전을 위해 당장 파병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주장이다. 문제는 ‘이라크 파병’이 국익의 문제란 점이다. 미국에 파병을 약속했으니 약속이행 원칙이 국익과 함께 파병문제를 판단하는 제1척도가 되는 것도 마땅하다. 이런 기준에서 국민의 반대와 파병군의 위험, 당장에는 김씨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 추가 파병을 관철시키려는 정부와 여당의 심정도 일면 이해가 간다. 실제 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당장 미국의 경제보복 등 현실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김씨의 피랍을 강력히 규탄하고 구출에 필요한 신속한 조치에 나서면서도 김씨의 피랍과 파병을 섣불리 연계하지 못하는 것은 김씨의 안전과 국익 중 어느 것에도 우선 순위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김씨의 피랍사건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자국민의 위험을 감수하고 강대국의 비위를 맞춰 ‘실익’을 챙기는 게 국익인지, 당장의 타격이 불가피하더라도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명분’을 지키는 게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미국에 할 말 다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자초한 북한의 ‘배짱(?)’이 일면 속 시원해 보이면서도 그런 북한의 현실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그래도 강대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씨의 피랍 후 정부가 파병 원칙 고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파병 재검토론’이 힘을 얻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그 어느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이번 피랍사건이 정쟁의 도구가 되지 않고 여야간 파병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 때 “아들 좀 살려달라”는 김씨 어머니의 절규를 정치인들 모두가 되새겨 보며 한걸음 더 나가 왜 우리가 이 같은 어려운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는지를 되짚어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모두 힘 없는 국민의 비애다. window@sed.co.kr 입력시간 : 2004-06-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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