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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감동하는 습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니 마음이 헛헛하다. 희망은 더욱 졸아들었고 사는 것은 갈수록 팍팍하다. 누구나 인생역전의 '한방'을 꿈꾼다. 하지만 신데렐라 같은 인생역전의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들볶고 주위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 아니라 불평하면 지는 것이다. 자기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 감동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가 송정림은 그의 저서 '감동의 습관'에서 '인생역전'보다 '인생여전'이 더 좋다고 강조했다. 어제 같이 오늘도 여전히 잠 잘자고 잘 먹고 잘 걷고 사람 만나고 가족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요, 행복이라는 말이다. 인생 역전보단 인생 여전이 좋아 요즘 '나는 가수다'라는 한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프로에서는 가수들이 노래 한 곡을 부르기 위해 철저히 사전준비를 하고 무대에 올라서도 혼신의 힘을 다한다. 감동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동의 원천은 가수들이 아니라 관중들이다.'나가수'관중들은 한마디로 유별나다. 감정표현을 절제하는 점잖은 관람문화를 여지없이 깨버린다.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치는 것은 기본이다. 기립박수도 모자라 팔을 휘두르며 소리지른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사이에도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힘을 실어주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관중들도 부지기수다. 왜 '나가수'의 관중들은 다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감동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바라보며 조용히 듣기만 하는 관중이 아니라 감동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찾아간 사람들이다. 그래서 '톡'하고 조금만 건드려줘도 '팍'하고 터진다. 얼마 전에 부부동반으로 집 근처에서 하는 음악회를 갔다. 객석은 만원이었다. 자리를 잡고 난 뒤 사방을 둘러보니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지만 50~60대 부부가 많았다. 음악회가 시작되자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런데 주위를 잘 살펴보니 음악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대를 바라보는 사람. 마치 공연에서 잘못된 부분을 잡아내려는 듯 경직된 얼굴 표정으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사람. 휴대폰을 꺼내서 주무르며 무언가를 하는 사람. 재미없고 지루해 참기 힘들다는 표정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다. 어릴 적 어르신들로부터 "남자는 울면 안돼. 가볍게 웃으면 안돼. 말이 많으면 안돼…"라는 감정자제 교육을 받은 세대여서 그런 것일까. '나가수'관중들과 비교가 돼 '저럴 거면 뭐 하러 왔나'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깜짝 놀랐다. 다른 사람들이나 관찰하며 흉내 내듯 박수를 따라 치고 있는 나도 그들과 그다지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행복은 감동의 크기에 비례 그래서 용기를 냈다.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치는 동작도 조금 더 크게 해봤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쑥스러움이 줄어들고 나도 모르게 흥이 올랐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좋은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돌고 있는 듯한 느낌이 한동안 계속됐다. 재미있는 강의로 유명한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이 얼마 전 한 강연에서 "반응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행복은 반응(감동)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말이다.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크게 감동한다. 사탕 하나에 천사의 얼굴이 되고 칭찬 한마디에 세상을 얻은 듯한 표정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웬만한 일에는 감동을 하지 않게 된다. 아니 감동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감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감동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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