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릭스(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이머징마켓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외국인 자금 이탈도 잇따르는 가운데 이른바 프런티어 시장이 틈새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지난 1970년대에는 금에 집중 투자하다가 1980년대 일본, 1990년대 정보기술(IT) 업종, 2000년대 이머징마켓에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아프리카ㆍ중동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프런티어 시장에 대한 투자자금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자금은 금 등 원자재, 신흥국 시장, 선진국 국채에서 돈을 빼면서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아직은 미진해 섣불리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갈 곳 잃은 글로벌 자금은 르완다ㆍ몽골ㆍ요르단ㆍ온두라스 등 프런티어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실제 글로벌펀드정보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시장에서 2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탈출한 반면 프런티어 시장에는 9,200만달러가 추가 유입됐다. MSCI프런티어지수 역시 최근 두 달 동안 소폭 하락한 후 다시 상승세를 타며 12% 추락한 신흥시장지수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브릭스 등 주요 신흥국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는 반면 일부 저개발 국가들은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르완다의 경우 전세계 경기침체가 닥쳤던 2009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7%대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왔다. 몽골은 지난해 무려 19%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콩고ㆍ앙골라 등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7%, 10%대에 이른다. 지난해 6.3%의 성장률을 기록한 카타르의 경우 실업률은 0.5%에 불과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신흥시장처럼 일부 프런티어 시장은 고성장을 예고하는 경제 요소들을 갖고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 실시 우려에도 투자자들이 발을 빼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브릭스 등 신흥국에서는 자금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릭스에 투자하는 전세계 뮤추얼펀드에서 올 들어 유출된 자금은 139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2005년 이후 이들 4개국으로 유입된 자금의 27%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브릭스 국가는 2006년 이후 7년 만에 통화ㆍ채권ㆍ주식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을 보이고 있다. 브릭스 증시를 종합한 모건스탠리캐피털(MSCI) BRIC지수는 미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전망이 커진 올 2·4분기 동안 12% 떨어졌다. 같은 기간 브릭스 국가들의 달러 대비 환율은 평균 4%, 국채가격은 0.6% 내려갔다.
특히 성장동력 후퇴로 브릭스가 단기적 경기둔화가 아닌 장기적 저성장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전세계 투자가들을 끌어모았던 이머징마켓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섣부른 주장마저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경우 1일 신흥국 시장이 일시적 쇠퇴가 아닌 구조적 둔화 추세에 접어들었다며 고객들에게 신흥국 관련 투자를 줄이도록 권고했다.
다만 이들 프런티어 국가들이 브릭스 등 신흥시장의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제규모가 작아 말 그대로 틈새시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불투명한 규제, 열악한 인프라 등 각종 위험요인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세르지오 트리고 파즈 블랙록 신흥시장 헤드는 "향후 출구전략이 실시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프런티어 시장 투자는 아직 회의적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