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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도시형생활주택 공급 과잉에 시름

공실 늘면서 통매각 증가<br>일률 규제는 되레 역효과<br>지역별 총량제 도입해야


대구에 살고 있는 정모(64)씨는 지난해 경북 경산시에 4억원가량을 투자해 9실짜리 원룸형 도시형주택을 지었다. 경산이 대구의 부도심으로 발전하고 있는데다 인근 대학가 수요까지 감안한다면 충분히 수익이 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 건물은 현재 3실이 빈 채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 우후죽순 생겨난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ㆍ고시텔이 문제였다. 그는 "공실이 없을 것을 가정해 7% 정도의 수익률을 예상했는데 지금은 대출금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가격만 맞는다면 차라리 팔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의 공급과잉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늘어나는 소형 임대주택에 비해 시장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실이 늘면서 일부 지역은 임대료도 하락하는 모습이다. 특히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직접 지은 경우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건물 전체를 통매각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공실 증가 속 통매각 물건 늘어=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도시형생활주택과 원룸 등 소형 임대주택 공급과잉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형생활주택의 인허가 건수는 10만2,554건으로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2009년(1,125건)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평균 입주율은 53.2%로 조사됐다. 절반에 가까운 도시형생활주택은 공실로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공실이 늘면서 임대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떨어지는 임대 수익률로 건물 전체를 매각하는 '통매각' 물건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다.

실제로 충남 천안시 두정동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해 7억원선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통매각으로 내놓은 매물이 4~5건 정도"라며 "매물은 늘어났지만 찾는 수요가 없어 잘 팔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ㆍ4분기 경매가 진행된 고시원과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25건으로 지난해 4ㆍ4분기(13건)보다 2배나 늘었다.



지지옥션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서 소형 임대주택 물건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은 사람들이 수익이 저조하자 경매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률적 규제 강화는 오히려 역효과=이처럼 단기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국토부는 도시형생활주택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이달 1일 부동산종합대책을 통해 주차장 등 부대시설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지역상황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특별구역을 지정해 인허가를 제하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규제 강화 일변도의 대책은 시장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힘들어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급과잉 위기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지역도 있기 때문에 주차장 설치기준 강화 등 일률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공동주택과 같이 도시형생활주택도 정부가 전체적인 공급 규모를 정하고 지역에 따라 공급 한도를 결정하는 '지역별 총량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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