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의 끝이라더니 웬걸.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친다. 한여름의 대낮 거리에 스산한 어둠이 깔리고 캄캄한 하늘에선 비가 쏟아졌다. 요즘 서울 지역 날씨가 이렇다. 벤저민 프랭클린에 의해 피뢰침이 발명(1749년)되며 자연현상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옛 사람들의 천둥과 벼락에 대한 공포는 더 컸다. 신의 노여움으로 여겼다.
△그리스신화에서도 천둥 벼락은 신의 영역이다. 제우스가 티탄족 거인들을 물리친 무기가 아들이자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준 벼락이다. 유럽인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인 후에도 벼락은 신의 징벌이라는 생각만은 바뀌지 않았다. 천둥의 조짐이 보이면 신을 부르고 위험을 알리려 교회종의 줄을 당겼다. 힘겹게 종루에 오른 사람들은 벼락 맞기 일쑤였다. 이탈리아 북부도시 브레시아의 세인트 나자로 교회에서는 1752년 천둥에 종을 치는 데 화약 90톤이 쌓여 있던 복도에 벼락이 떨어져 대폭발이 일어나 도시의 3분의1이 파괴되고 3,000명이 죽었다. 교황청이 교회첨탑에 피뢰침 부착을 용인한 것도 이때부터다.
△동양권 역시 벼락을 응징으로 간주했지만 극복의 사례도 적지 않다. 망나니인 아들을 내친 요 임금은 칠흑 같은 어둠과 천둥 번개, 폭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순을 후계자로 확정 지었다. 이상적인 태평성대로 꼽는 요순시대가 이렇게 열렸다. 삼국지연의에서 조조의 식객이던 유비는 천둥소리에 놀란 척하며 주안상 밑으로 납작 엎드려 조조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렸다. '번개가 잦으면 풍년이 든다'는 우리 속담도 천둥 벼락에 대한 긍정적 해석의 단면이다.
△과학은 천둥이나 벼락이 대기 중에서 발생하는 전기현상이며 지구상에서 매초마다 100번 이상 발생한다는 사실을 측정해냈다. 인간의 한계는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의 진전이 없으니까. 벼락을 포집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구상은 오래 전부터 나왔으나 상용화는 요원하다. 오히려 갈수록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천둥과 벼락도 늘어나 전투기까지 벼락을 맞는다는 발표도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우르릉 쾅쾅이 무섭다. 여름 한철 장사들도 울상이다. 오늘 하늘은 맑을까./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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