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상동면 도곡리의 10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최모(85) 할머니가 탈진 증세를 보여 헬기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전이 지난 20일 송전탑 공사를 시작한 이후 틈틈이 농성에 참여해온 최 할머니는 이날도 농성을 하기 위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공사 현장까지 1시간이 넘게 걸었다가 이런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위는 앞서 15명의 주민이 한전과의 충돌 등으로 다친 데 이어 최 할머니까지 부상하자 앞으로도 추가 피해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지병을 앓는 주민도 많고, 주민들이 공사 저지를 위해 이른 시간(오전 4시∼5시)부터 농성에 나서는 데다 산 속 공사 현장의 내리쬐는 땡볕을 매일 수시간씩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이 70∼80대인 고령의 주민들은 농성 장기화에 따라 체력적·심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장면 바드리마을 89번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농성에 나선 이모(48·여)씨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물론이고 한전 측 직원들이 주민들을 (농성장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함부로 다루는 것에 대한 고통도 크다"면서도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공사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 측은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나 경찰이 농성자 강제 철수 조치 등을 취한다면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한전이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주민들과의 대화로 사태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공사 강행에 따른 농성 장기화로 인한 주민 피해에 대해서는 한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전은 휴일인 이날도 공사를 위해 총 19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지만 주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시민 100여명과 연대해 굴착기 앞을 지키는 등 농성에 나선 상태여서 사실상 공사를 거의 진행하지 못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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