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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소도시가 기업도시 '부활' [세계의 산업두뇌 美 어바인을 가다] 神話는 산학협력에서 시작됐다기업은 연구지원, 대학은 고급두뇌 공급 '성공모델' UC어바인대학의 INRF 연구책임자인 고란 마티자세빅(오른쪽) 박사가 학교 방문자들에게 산학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미국 서부의 작은 도시 어바인(Irvine)으로 몰려들고 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황량한 소도시에 불과하던 어바인이 새로운 산학협력의 장(場)을 열면서 세계의 '산업두뇌'가 모이는 첨단 기업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어바인의 성공 스토리는 이제 기업도시 건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투자확대와 대규모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도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 역시 기업들이 기업도시 투자에 대한 위험을 줄여야 하는 동시에 기업도시로 인한 특혜시비와 환경파괴 우려에 대한 여론을 수용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서울경제는 어바인이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들이 입주를 원하는 기업도시로 자리잡았는가를 3회에 걸쳐 분석, 국내 기업도시의 해법을 제시한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남단에 위치한 어바인. 인구 17만명의 작은 도시다. 어바인시 매카베웨이에 위치한 상공회의소 건물에 들어서면 지역 내 기업과 공공단체들의 이름이 파랗게 새겨진 동판이 줄지어 있다. 각각의 사각형 동판에는 별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자퀴에 엘리스 회장은 "어바인시 기업과 공공단체가 대학교에 기부한 펀드 규모를 외부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별 스티커를 붙여놓았으며 기업들이 이 같은 산학협력에 참여하는 것을 하나의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있는 대학들은 기업 연구활동 지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UC어바인대학의 INRF 연구책임자 고란 마티자세빅 박사는 "지난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첨단기업들부터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으며 대학은 연구시설을 24시간 개방해 기업체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전자ㆍ물리ㆍ화학ㆍ나노ㆍ무선통신 등 연구인력들이 기업의 연구진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어바인에 진출한 기업들은 컴퓨터ㆍ소프트웨어ㆍ바이오ㆍ메디컬 분야가 주를 이루며 인력의 대부분을 대학에서 공급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ㆍ도요타ㆍ마쓰다 등의 디자인센터 인력은 80%를 어바인에서 조달할 정도로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하다. 베스 크롬 어바인 시장은 "어바인은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교육도시이자 기업유치 도시로 꼽힌다"며 "교육열이 높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인구가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아시아 기업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바인시에는 코리아타운과 차이나타운ㆍ재팬타운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아시아 사람들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인구비율은 30%로 57%인 백인을 추격하고 있다. 어바인시의회의 부시장 5명 중 한국인이 2명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 교민들의 위상과 긍지도 대단히 높다. 어바인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스티븐 최 부시장은 "뉴욕과 뉴저지 등 미국 곳곳에서 살아봤지만 어바인시만큼 기업활동하기 편하고 주거생활이 안정된 곳은 찾지 못했다"며 "어바인시는 펀드 조성을 통한 산학협력이 강하고 새너제이와 LA 등 인근에 막강한 무역파트너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산학협력 참여는 기업의 의무" 인식 20여개 명문大 포진 기업 필요인력 대부분 공급 대학도 연구시설 24시간 개방 제품개발 적극지원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세계서 앞다퉈 '둥지' 옮겨 마이클 윌리엄스 어바인컴퍼니 부사장은 "미국 제조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아웃소싱을 하고 있지만 중국의 첨단기업들이 어바인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과 인재충원이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미 전역의 카운티 중 오렌지카운티가 고용상황이 가장 좋으며 이는 고용센터와 연구개발 집적시설이 몰려 있는 어바인시가 있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어바인시와 상공회의소ㆍ기업들은 대학교에 연구시설ㆍ기계설비ㆍ개발자금 등을 제공하고 대학은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ㆍ기술자문ㆍ인력공급을 하는 '상생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윈윈(Win-Win)하는 성공모델로 꼽히며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어바인시를 찾아 기업과 대학협력 증진을 위해 자매결연을 원하고 있다. 어바인시 당국은 앞으로 20년간 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교육과 기업이 상생하는 세계의 기업도시로 육성시킨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기업단지뿐 아니라 주거시설ㆍ테마공원ㆍ대형병원ㆍ쇼핑센터 등을 체계적으로 건설해 기업 경영인과 근로자, 근로자 가족들이 원스톱으로 서비스받을 수 있도록 도시를 짓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어바인에 들어서면 신축건물 공사를 하는 곳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도심 곳곳에서 새로 건물을 세우는 건설장비와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UC어바인 공대건물도 세계에서 몰려드는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연구실과 강당을 짓느라 건설차량이 분주하게 드나든다. 어바인의 활력은 체계적인 산학협력 시스템을 이용한 해외기업 유치에서 나오고 있다. 어바인은 어떤곳-인구 3만명 베드타운서 美 손꼽히는 친환경도시로 어바인시는 개발 초기였던 지난 75년에는 인구가 3만명에 불과했으며 첨단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와 관광도시로 유명한 로스앤젤레스(LA)의 틈바구니에 낀 보잘것없는 곳이었다. LA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약 60㎞)에 있는 관계로 예전에는 LA에 근무지를 두고 있는 직장인들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캘리포니아주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도 교육ㆍ비즈니스가 잘 융합된 가장 유명한 친환경 도시가 됐다. 포드와 도요타 등의 미주 본주가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또 바이오와 나노 등 첨단기업들도 북부의 실리콘밸리에서 빠져 나와 어바인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어바인에 이처럼 세계적인 기업들이 모이는 이유는 대학과 기업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어바인에는 UC어바인과 웹스터, 페퍼다인, 콘코디아, 일본의 소카대학 등 20여개 대학이 있다. 이들은 전세계에서 모여든 바이오ㆍ나노 등 첨단업종 기업과 연구개발(R&D)센터 등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실제 25세 이상 시민의 58%가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다. 30년 전 도시를 개발하면서 기업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양질의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이라는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어바인(캘리포니아)=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입력시간 : 2005-03-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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