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 당신의 차는 어디에 주차돼 있나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차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좁은 주차 공간에서 차 댈 곳이 없어 헤매고 백화점에 갔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지 못해 끙끙댔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풍경이다. 차를 대자마자 무심하게 빠져나오는 공간인 주차장을 '인생의 목적지'에 비유한 멋진 연설이 있어 소개해보려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최초의 여성 총장인 '드루 파우스트'는 졸업식에서 "더 가까운 주차장소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목적지에서 10블록이나 떨어진 곳에 성급하게 차를 대지 마세요. 여러분의 원래 목적지에 차를 대십시오. 물러나서 크게 한 바퀴 돌아보면 차를 댈 만한 곳이 보일 겁니다"고 역설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 '투자에 실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 때문에 '플랜B'를 세우기 마련이다. 더 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최선'은 아니지만 안전하고 무난한 '차선책'으로 '플랜B'를 세우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플랜B'가 준비돼 있는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종종 자신의 원래 계획이었던 '플랜A'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러날 곳이 있으니 최선을 다해 싸우지 못하는 것이다. 더 가까운 주차장소가 없을 거라고 걱정이 되니까 좀 멀지만 비어 있는 자리에 '안전하게' 주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필자가 현장에서 본 성공한 기업들에는 '플랜B'가 없었던 경우가 더 많았다. '위험관리'를 몰라서라기보다는 원래 목표인 '플랜A'에서 타협하지 않으려는 치열함 때문이었다.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성을 위해서 기술적인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한 '애플',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임직원 앞에서 휴대폰 15만대를 수거해 불태우고 '신경영'을 선언한 '삼성' 등의 일화는 이러한 결심의 표현이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이 열 블록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적당히' 만족했던 대부분 회사가 사라져 갔지만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고수한 두 회사는 전 세계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양분하는 거인이 됐다.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기업가들이 '야성(野性)'과 '기업가정신'을 잃고 있지 않은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는 대기업들조차도 당장 재무구조 개선과 손쉬운 '이자수익'만을 노린다면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공격적인 투자와 기술개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해왔던 한국 기업들이 멀찍이 떨어진 주차장에 '안주'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성공의 비결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난관을 뚫고 '플랜A'를 고수하는 집념과 열정, 타협하지 않고 원래의 '가치'와 '원칙'을 지켜내는 뚝심, 가까이에 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이번 여름휴가 중에는 '지금 내가 원래 주차하려던 곳에 서 있는지' 한 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더 쉽고 가까운 길을 찾지 못할까봐 적당한 곳에 주차해 있다면 과감하게 차를 빼서 원래 목표했던 곳으로 차를 몰아보면 어떨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