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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53> 들어갈 땐 똑같은데 나올 땐 다 다른 것은?


‘들어갈 땐 똑같은데 나올 땐 달라지는 건 무엇일까?’ 수수께끼 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회사’입니다. 물론 개개인은 다른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똑같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회사에 입사했다는 건 각자가 가진 역량이 다르더라도 이들이 가진 가능성의 수준은 같다는 뜻입니다. 신입사원을 교육시키는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교육 및 훈련에 평균 18.3개월이 걸리고 1인당 약 6,000만원의 비용이 투자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냥 뽑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신입사원 한 명 한 명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겁니다.

이렇게 될성부른 떡잎으로 인정받는데 성공했다고 성공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편차는 커집니다. 누구는 햇빛과 양분을 바탕으로 쑥쑥 자라는데 누구는 시들시들해집니다. 경쟁이 전제된 환경이니 순리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어떻습니까? 똑같은 모종을 두 화분에 나눠 심었는데 한 화분에는 골고루 탐스러운 열매가 열린 반면 다른 화분에는 기껏해야 쭉정이만 남았습니다. 화분의 환경이 모종의 운명을 바꿔 놓은 것입니다. 사실 특정 회사만 바라보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제일 가고 싶은 회사는 있기 마련이지만 대부분의 준비생이 그렇듯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회사에 지원합니다. 그러니 A사와 B사 모두 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이라고 가정했을 때 신입사원 간 역량 차는 미미합니다. 그런데 10년 후 혹은 20년 후 둘의 모습이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얼마 전 헤드헌터로 일하는 지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회사를 나누는 뚜렷한 기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공기업 같은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입니다. 이는 출퇴근 시간, 복지제도 같은 것이 아니라 기업문화에 관한 것입니다. 지인에 따르면 공기업 같은 회사는 마음 편한 곳, 내가 요구된 수준 이상의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곳이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살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뭔가를 찾아서 해야 하는 일종의 긴장감이 형성된 곳을 일컫습니다. 그는 언제까지 다닐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 하루라도 마음 편한 곳에서 일하는 게 좋아 보이지만 ‘나올 때’를 생각하면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사람을 옥죄고 숨 막히게 하는 긴장감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해하지만 적정한 수준이라면 일이든 삶이든 동기를 부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니까요. ‘우물 안 개구리’에게 태생적 한계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우물에 있었던 탓이 큽니다. 결국 어떤 환경에 처했느냐 그리고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 셈입니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입니다. 따라서 결과 역시 온전히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루 하루 버텨내기 바쁜 현대인에게 적극적 의지만을 강조하는 건 가혹합니다. 햇빛과 적절한 양분 없이는 실한 열매가 맺히지 않듯 기업의 환경개선 의지와 보다 나은 문화 정착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물이든 화분이든 결국 그 환경을 뛰어넘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들어갈 땐 똑같은 데 나올 땐 다 다르게, 대신 수 천, 수 만 가지의 열매를 열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회사의 고민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서점 한 편을 가득 채운 자기계발서가 오늘따라 씁쓸하게 느껴지네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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