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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없으면 그림 보는 재미가 없죠."

서울시교육청 인문학 강좌 '고인돌 2기'<br>동작도서관서 '한국미술 이렇게 보면 쉽다' 10월 14일까지

23일 동작도서관에서 열린 시민 인문 강좌 ‘한국미술 이렇게 보면 쉽다’에 50여명이 참가해 강의를 듣고 있다.

“몽유도원도는 1447년 음력 4월23일에 그린 작품입니다. 세종의 셋째아들 안평대군이 자신이 아끼던 화원 안견에게 꿈에 본 도원경을 묘사해 달라 의뢰를 했죠. 그림 옆에는 작품의 탄생 비화가 소상하게 기록돼 있어요. 조선 전기 작품 중에 이처럼 스토리가 자세하게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23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동작도서관 시청각실에는 시민 인문강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2기로 개설된 ‘한국미술 이렇게 보면 쉽다’를 듣기 위해 50여명의 수강생들이 참석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시민 인문 강좌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경계를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강좌로 구성했다.

강의를 맡은 윤철규(사진)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는 이날 ‘산수화는 왜 옛 그림의 왕좌가 됐나‘를 주제로 두시간 강의를 이어나갔다. “조선 전기와 중기에는 명나라의 복고주의와 초기 남종화풍의 영향을 받았어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에는 남종화가 유행했죠.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그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수강생들은 평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조선시대 산수화가 어떻게 변화해 나갔는지에 대해 시대적 배경을 씨줄 삼고 그림에 대한 지식을 날줄로 얹어 조선 미술사의 얼개를 나름대로 짜나가고 있었다.



조선 전기와 후기의 화풍을 비교하면서 강의는 계속됐다.

“남아있는 조선시대 작품을 시대별로 구분해 보면 양란(兩亂) 이전의 작품이 전체 조선시대의 10%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그 중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동양 최고의 걸작입니다. 특히 작품에 얽힌 이야기가 없으면 그림 보는 흥미가 떨어지는데 조선 초기 작품으로 작가와 의뢰자 그리고 당대 문인들의 문필이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조선 후기로 넘어갈수록 사회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그림에 대한 수요가 확대돼 정선 화파, 김홍도 화파, 추사 화파 등 다양한 화풍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날 강의는 조선 전기와 중기의 주요 화풍과 초중기의 화원 그룹에 대한 설명에 이어 조선시대 중앙관청 소속 문인들의 계모임을 그린 계회도의 독창적인 양식에 대한 소개로 갈무리를 지었다. 강의는 10월 14일까지 총 5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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