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피살된 일본인 기자 나가이 겐지(長井健司ㆍ50)씨의 기자 정신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는 총탄을 맞고 쓰러진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고 시위 장면을 촬영하는 프로정신을 보였다. 나가이씨는 지난 92년 설립돼 도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분쟁지역전문 통신사인 APF뉴스 소속으로 25일 태국에서 항공편으로 미얀마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고 당일 양곤 중심부 불탑인 술레 파고다 근처에서 미얀마 군경의 폭압적 진압장면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하던 중 미얀마 군이 발사한 총탄이 심장을 관통해 현장에서 사망했다. 나가이씨는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등 세계 분쟁지역을 돌며 글도 쓰고 사진도 찍는 ‘1인 저널리스트’로서 참극의 현장을 기록해온 전문 프리랜서 기자였다. 26일 낮 본사로 전화해온 그는 “거리 취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연락했는데 이것이 그의 마지막 통화였다. 야마지 도루(山路徹) APF 사장은 “나가이는 입버릇처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는 누군가가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해왔다”며 “에이즈에 감염된 아이들과도 따뜻한 시선으로 슬픔을 나눴던 사람”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동료들도 “상냥한 성격이지만 분노를 안고 현장을 누볐던 기자였다”며 그를 추모했다. 나가이씨는 일본 아이치(愛知)현 출신으로 독신으로 지냈으며 고향에 75살 된 노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본 정부는 28일 자국 기자가 현지 취재 도중 사망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야부나카 미토지 외무심의관을 미얀마에 보내 사후대책을 지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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