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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불법 베팅 사이트 성업, 사감위는 뭘 했나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승부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를 한바탕 뒤흔든 데 이어 올해에는 프로배구로 번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여자선수들까지 연루됐다는 것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을 돌파한 '국민 스포츠'프로야구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깨끗하다고 여겨졌던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마저 검은 손에 얼룩지는 모습은 스포츠팬을 넘어 국민에게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승부조작의 뿌리는 불법 스포츠 베팅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합법화된 베팅 체계인 스포츠토토가 있지만 베팅으로 한몫 챙기려는 이들에게 스포츠토토는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 배당률이 높지 않아 결과를 맞혀도 큰돈을 챙기기가 어렵다. 베팅 항목도 승패 맞히기 등으로 제한적이다. 이와 달리 사설 사이트의 경우 한번에 100만원까지 걸 수 있는 곳이 많다. 베팅도 프로야구를 예로 들면 1회 초에 선두타자가 출루할지 아웃 당할지, 볼넷으로 걸어나갈지 안타로 출루할지로 세분화된다. 승패가 갈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한 경기 내에서 수도 없이 돈을 걸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이런 불법 사이트만 1,000개가 훨씬 넘는다.

검찰에 따르면 전문 브로커들은 선수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선수들은 일부러 실수를 해 브로커와 연결된 이용자들에게 이득을 안긴 몫으로 수백만원을 챙겨왔다.



이런 사행산업을 감독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만들어진 기구가 바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다. 하지만 사감위는 스포츠토토 등에 현금 베팅을 금지하는 전자카드제 도입 추진, 매출총량 지적 등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에 돋보기를 들이대는데 바빴고 정작 팔을 걷어붙여야 할 불법 사이트에는 소홀했다. 국정감사 때도 사감위의 인사 구성과 느슨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감위에 검찰을 투입해 수사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이와 함께 스포츠토토로 일원화된 합법 베팅을 다양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 사이트가 성업 중인 이유가 유일한 합법 사이트가 수요자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 있다면 새로운 사이트를 허가해 경쟁 속에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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