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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이어 다카타… 일본 품질신화 먹칠

무리한 원가 절감·내부 경고 무시·위기관리 부실

美서도 사망자 발생 주장 나와 에어백 결함 희생자 6명으로 늘어

리콜 비용 눈덩이처럼 늘어나며 3분기 250억엔 손실 적자전환

해외생산 확장 부작용 지적


일본의 대표 자동차부품 업체이자 세계 2위 에어백 제조사인 다카타의 제품결함 문제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메이드 인 재팬' 품질신화에 또 한번 치명타를 날렸다. 특히 다카타의 위기는 무리한 원가절감과 내부경고 무시, 위기관리 부실 등 지난 2009년 도요타 리콜사태를 초래한 문제들을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제조업계의 반복되는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2003년 11월 애리조나에서 다카타 에어백이 장착된 스바루 차량을 몰던 챌린 위버라는 여성이 에어백 파열에 따른 사고로 숨졌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다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미국 5명, 말레이시아 1명 등 총 6명으로 늘었다.

리콜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만도 780만대 이상,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이 리콜됐으며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리콜은 결함발생 가능성이 큰 고온다습한 지역의 차량만 대상으로 했지만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관계자는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다카타와 다카타 제품을 사용한 완성차 업체들에 리콜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다카타는 스웨덴 오토리브에 이은 세계 2위의 에어백 제조업체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한다. 이 회사 제품은 혼다 등 일본차뿐만 아니라 크라이슬러·BMW 등 전 세계 완성차 메이커에 납품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전 세계에서 수천만대의 차량이 수리를 받아야 할 판이다.

이에 따라 회사 측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다카타는 이미 에어백 결함과 관련해 미국에서만도 20건의 집단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NHTSA로부터도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다. 리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4분기 111억엔의 흑자를 기록한 회사 실적은 3·4분기 250억엔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다카타의 이 같은 위기가 이 회사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다카타 위기로 2009년 도요타 리콜사태에서 드러났던 일본 기업들의 내부 문제가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때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던 일본 제조업계가 2000년대 들어 서둘러 해외생산을 대폭 늘린 탓에 고질적인 품질관리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다카타 사태에서도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원가절감을 위해 품질관리에 소홀히 한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이번 제품 결함이 "2000년 초반 미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제조공정상 품질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다카타 에어백 결함은 충돌 감지 후 에어백 내 압축가스가 비정상적으로 폭발하고 이로 인해 부품이 파열돼 금속조각이 튀어나와 생기는 문제다. 이들 공장에서 압축가스가 제대로 압축되지 않아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설계된 것보다 빨리 연소되며 문제가 일어났다는 것으로 지지통신은 당시 불량품을 제외하는 장치를 작동하지 않거나 습도관리를 태만히 하는 등 초보적인 실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제품이 집중 생산된 2000년대 초반은 다카타가 서둘러 해외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관리체제가 유독 허술했던 때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지지통신은 "2009~2010년 도요타 품질 문제도 급속도로 진행된 해외생산 기지 전개가 요인"이라며 "다카타의 위기는 기업 글로벌화 와중에서의 철저한 품질관리의 어려움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카타가 원가절감을 위해 압축가스로 고가의 '테트라졸' 대신 저가의 '암모니아질산염'을 사용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회사 측이 결함 가능성에 대한 내부경고를 무시한 것도 문제를 키웠다. 전직 다카타 직원들은 최근 NYT에 2004년 실시된 내부 실험 때 에어백에서 문제가 발견됐지만 회사 측이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문제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밝혔다. 2009년 도요타 리콜사태 발생 당시에도 일본 기업의 '비판을 금기시하는 내부 조직 분위기'가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다.

사고 발생 이후의 늑장대처도 일본 기업들의 반복되는 문제로 지적된다. 도요타는 2009년 늑장대처로 미국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전력이 있다.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여론을 무시하고 회사 측이 침묵 대응으로 일관하다 의회 청문회에서야 처음으로 잘못을 시인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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