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는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혔던 그 여중생과 결혼할 줄 몰랐다.
평소 이휘재는 배우 전지현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하지만 성인이 돼 만나는 순간 천생연분임을 직감했다.
12월 5일 결혼한다고 발표한 이휘재(38)가 19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연애담을 털어놓았다. "올해 안에 결혼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다"며 너스레를 떤 이휘재는 "예비신부와 나이차이가 여덟살이지만 내가 12월생이고 신부는 2월생이라 실제론 6년 차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휘재가 인기 절정이었던 90년대 중반.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에 한 여중생이 종이를 든 채 서 있었다. "사인 받으러 왔군." 이휘재가 종이를 잡아채자 여중생은 "전 서태지 팬인데요"라며 퉁명스럽게 굴었다. "넌 왜 날 안 좋아해!"
그로부터 십수년이 흐른 지난해 가을. 알고 지내던 헬스클럽 에너지짐 트레이너가 이휘재에게 그때 그 여중생을 만나라고 권유했다. "만나보세요. 제가 다리를 놓아볼게요." 얼굴만 알고 지냈던 터라 별 생각없었던 이휘재는 소개받는 순간 "이 여자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세리에 A.' 그날밤 이휘재는 친구들에게 유럽 프로축구 리그를 휴대전화 문자로 보냈다. 평소 축구를 즐겼던 터라 마음에 들면 K리그, 싫으면 동네축구로 속내를 표현하기로 했기 때문. 다른 사람을 만날 틈을 주지 않으려고 일주일 내내 불러내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약 10개월 가량 공을 들인 끝에 이휘재는 예비신부 부모님께 결혼을 허락받았다. 이휘재는 그동안 예비신부와 공개 데이트를 즐겼다. 집이 있는 용인 수지 근처에서 영화를 보는가하면 바비킴 콘서트를 함께 관람했다.
예비신부 외모에 대해 이휘재는 "참하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직장 내에서 황신혜라고 말하는데 신빙성이 없다. 내 매니저는 머리를 묶으면 아사다 마오를 살짝 닮았다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저 참할 뿐이다."
아직 프로포즈를 하지 못했다는 이휘재는 "야구장에서 할까 고민했는데 관중이 너무 많아 부담스럽고, 축구장에서 하면 팬들이 싫어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사주신목걸이를 서랍에 감춰둔 이휘재는 "더 고민한 뒤 프로포즈하겠다"고 했다.
결혼한 뒤 부모님을 모실 계획인 이휘재는 "결혼하면 발을 씻겨주겠다"는 예비신부에게 "결혼은 현실이다. 콩깎지를 벗겨야 한다"고 외치기도. 그는 "내가 보수적이지만 가사를 분담해 집안일을 돕겠다"면서 "예비신부가 허니문 베이비를 원하지만 난 지금이라도 괜찮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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