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순이' 최혜용은 잊어야 할 것 같다. 귀여운 외모에 샷 거리가 짧아 나약한 이미지가 강했던 최혜용(22ㆍLIG)이 확 달라졌다.
지난 17일 골프용품 후원업체인 PRGR(프로기아)의 2012년 신제품 론칭 행사에서 참여한 최혜용은 늘어난 샷 거리로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최혜용은 파워가 실린 스윙으로 260야드에 육박하는 드라이버 샷을 펑펑 때렸다.
최혜용의 샷 거리의 증가는 데이터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그는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가 231.75야드를 기록해 이 부문 90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 평균 거리는 250.50야드, 순위는 32위다. 거리로는 약 20야드, 등수로는 60계단 가까이 치솟았다. 최장타자 대열에 뛰어오른 것은 아니라 해도 거리가 엄청나게 늘었다.
샷 거리 얘기라면 귀가 쫑긋해지는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비결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겨울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혜용은 골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해외로 전지훈련을 나가지 않았다. 실전 라운드 대신 헬스클럽에서 체력 단련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그가 귀띔한 거리 늘리기 비법은 철봉 매달리기. "골프 전문 트레이너의 권유로 시도하게 됐어요. 만만해 보였는데 처음에는 힘이 들어 20초 만에 철봉을 놓쳤어요. 꾸준히 하면서 이제는 1분30초 넘게 버티게 됐죠. 손목ㆍ팔뚝ㆍ어깨 같은 골프스윙에 필요한 부분의 근력이 좋아져요. 특히 손가락의 악력이 강해져서 임팩트 때 그립을 단단히 잡아줄 수 있어요."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틈틈이 해보면 분명히 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법은 어깨 넓이로 철봉을 잡고 최대한 오래 매달리는 것이다.
그가 소개한 거리 늘리기의 두 번째 비결은 스윙 리듬감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윙의 템포와 리듬만 잘 타도 10야드 이상 거리가 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의 전환이 리드미컬하게 이뤄져야 파워가 제대로 전달된다는 뜻이다. 백스윙 때 어깨의 회전이 끝나기 전에 다운스윙을 시작하는 동작은 팔로만 휘두르는 골퍼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최혜용은 항상 '하나, 둘'의 리듬을 생각하며 어깨 회전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럽 없이도 수시로 할 수 있는 연습이다.
자신에 맞는 클럽 선택도 중요하다고 한다. 최혜용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가장 좋았던 때의 클럽과 볼로 바꿨다. 장비에 대한 느낌이 좋으니 자신 있는 스윙을 할 수 있어 거리가 더 난다는 설명이다.
최혜용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유소연(22ㆍ한화) 등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뒤 2008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첫해 2승을 거두고 신인왕에 올랐지만 이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거리가 늘어나니 두 번째 샷에서 예전보다 두세 클럽 짧게 잡을 수 있게 돼 골프가 편해졌다"는 그는 웨이트트레이닝 첫날 2㎏에서 지금은 6㎏까지 늘어난 아령의 무게만큼 자신감도 커진 듯 보였다. 지난주 올 시즌 국내 첫 대회인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단독 5위를 차지한 최혜용은 이번 시즌에 최소 2승을 목표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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